서울시금고는 신한이 우리 울려…지난해에는 우리가 신한서 국민연금 뺴앗기도

이미지 = 김태길 디자이너


지방정부와 공공기관 등 큰손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3일 마무리된 서울시금고 유치전에서는 우리은행이 유리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신한은행이 승리의 축배를 들었다. 서울시 1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이 100년 넘게 독점했던 사업을 빼앗아 오면서 대이변을 연출했다. 2조원 규모 2금고(기금운영)가 아닌 32조원 규모 1금고(일반회계특별회계) 업무를 차지한 것이. 신한은행은 시스템 구축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4년 동안 서울시 1금고를 운영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금고 유치를 위한 TF를 구성해 철저하게 사업성을 분석해왔다. 특히 서울시금고 관리은행으로서의 브랜드 상승효과 및 기반고객 확대 등의 효과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출연금 산정에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업 수주에 대해 서울시, 서울시민, 그리고 은행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를 해온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시금고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1금고는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유하자면 신한은행은 서울시 입출금 통장을 관리하게 된다. 자금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 은행이 수익을 내기 용이한 구조다. 18000여명 서울시 공무원을 고객으로 유입하기도 쉬워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서울시금고 수주전을 준비해왔다. 입찰 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위성호 행장이 필리핀 출장 중 서울시금고 프리젠테이션 기간 귀국한 후 다시 출장을 이어갈 정도로 공을 많이 들였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서울시로 지난해 기관영업에서 우리은행이 안겨준 쓰라린 패배의 경험을 설욕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10년 동안 맡았던 600조원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 자리를 우리은행에 내줬다. 지난해는 우리은행이 장군을, 올해는 신한은행이 멍군을 부른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최대어로 꼽혔던 국민연금공단 수주를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해 대응했다. 미래전략본부와 기관영업 전담부서 등이 TF를 만들었고 5월 연휴 이후 가동을 시작하는 차세대시스템을 차별성을 적극 홍보했다.

 

국민은행은 또다른 대어인 경찰청 대출 사업권을 따내며 주목받은 바 있다. 당시 국민은행은 1.8%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제시하고 10만여명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지방체 금고 선정은 인천시가 남았다. 인천시도 8조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로 유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시금고에 이어 각 구금고 선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구금고는 서울시금고 1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이 한층 유리해졌다. 현재 서울시 구금고를 용산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시 1금고를 담당했던 우리은행이 맡고 있는 점만 봐도 그렇다.

 

기관영업이 치열해지면서 과당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연금이 치솟는 등 과당 경쟁의 여파로 은행이 출혈을 하게 되면 결국 개인 금융소비자가 부담을 떠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희망퇴직을 늘리는 등 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쟁적으로 경비 절감에 나서는 판에 기관영업에 돈을 펑펑 퍼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기관영업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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