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근접성과 높은 경제성장률 등이 매력 요인…정부의 신남방정책도 한몫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업계가 동남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높은 경제 성장률과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정책이 카드사들을 동남아 시장 진출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보다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카드사들의 순익은 지난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추세다.

이에 카드사들이 선택한 돌구파는 해외진출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시장은 카드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불릴 정도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인 아세안은 지난해 5%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5%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과 가까운 지리적 요건, 6억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도 카드사들이 동남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가 동남아 시장 진출을 독려하는 신남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점도 카드사들의 동남아 진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고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미·중·일·러 등 4개국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여러 동남아 국가들과 금융분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4월 코라오그룹과 조인트벤쳐(Joint Venture) 형식으로 캄보디아 현지의  토마토특수은행을 인수했다. 토마토 특수은행은 캄보디아 현지서 카드사업이 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 형태의 금융기관으로 지난 2007년 설립됐다.

KB국민카드는 토마토 특수은행 인수를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대출에 이어 체크카드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신용카드 사업과 내구재 할부금융 사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식적인 영업은 오는 6월 이후로 예정됐다.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카드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의 지분 100% 인수를 지난 3월 최종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 승인을 통해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라이선스를 획득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롯데카드가 인수한 테크콤파이낸스는 신용카드, 할부금융, 소비자대출 등 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한 소비자금융 회사다. 이번 인수를 통해 롯데카드는 1년 내 베트남 사업을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현지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하나카드도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중앙은행 산하의 국제결제원 ‘나파스’, 결제솔루션 제공업체인 ‘알리엑스’와 베트남 지급결제 활성화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나카드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베트남 내 카드결제 확대를 위한 사업 지원, 모바일, 비접촉 결제와 같은 비현금 결제서비스의 노하우 등을 나파스에 제공해 베트남 해외카드 지급결제 프로세싱 사업 전반을 지원하게 된다.

현재 국내 카드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다. 특히 오는 7월 정부가 추가로 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있어,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향후 더 감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드사 입장에서 동남아 등 해외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진출과 관련해, 당장은 시작단계라 큰 수익이 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시장을 선점하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높은 만큼, 향후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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