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FRS, 형식보다 실질에 무게…콜옵션 사용 판단 근거가 관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질적 지배력 여부가 자리잡고 있다. 쟁점인 바이오젠의 콜옵션과 관련해서는 회계기준에서는 해석을 열어놓고 있어 판단 당시 정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금감원은 삼성 측 주장에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상장 승인 과정에서 관련 회계 이슈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해 감리를 받았기에 자칫 자승자박(自繩自縛)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해석을 열어놓고 있어 금감원이 말을 바꾼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판단 자체보다는 상황을 둘러싼 주변 상황이 핵심이라는 요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쟁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경우 단숨에 지분율은 50%-1주까지 늘어난다. 이에 삼성 측은 지배력이 줄었다고 판단,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처리하고 지분가치를 장부가(취득원가)가 아닌 공정시장가로 다시 평가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콜옵션과 관련해 IFRS에서는 열린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이 때문에 금감원과 삼성그룹이라는 전문가 집단이 둘 중에 하나는 틀릴 수밖에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K-IFRS에 따르면 투자 지분에 대한 처리는 단순 금융투자자산과 관계회사, 종속회사 등으로 구분된다. 투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가장 높은 단계가 종속회사다. K-IFRS가 적용되기 전에 통용되던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는 지분율 20% 미만일 경우 투자자산, 지분율 20~50%일 경우 관계회사, 50%+1주 이상일 경우 종속회사로 봤다.

 

K-IFRS에서는 단순히 지분 규모로만 평가하지 말고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IFRS는 형식보다 실질(substantial over foam)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 모든 회계처리에 있어 한 두 가지 사항만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50% 이하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다면 종속회사로 판단하게 된다. 반대로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면 관계회사로 판단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용한 방식이다.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대표성을 갖고 있거나 회사의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또 경영진간의 상호 교류가 있거나 모회사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례는 이같은 해석을 반대로 적용한 경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 이사회를 두 회사가 동률로 구성하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중대한 재무 및 경영 의사결정에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합의가 필요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물론 이같은 적용이 흔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물산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재무제표를 확인하면 지분율 50% 이상에서 관계기업으로 처리한 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뿐이다.

 

재계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바이오젠은 정작 해당 콜옵션의 가치를 0으로 산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장부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0으로 적용하고 있다. 바이오젠은 해당 콜옵션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데, 삼성 측은 이미 지배력을 상실한 것처럼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 측은 회계기준 차이일 뿐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기업인 바이오젠은 US-GAAP을 따르고 있다. US-GAAP에서는 시장 매매가격 등의 객관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없는 옵션에 대해 자산 또는 부채로 회계 처리하지 않는다. 반면 IFRS에서는 잠재적 의결권과 관련해 백분율로 지배력을 측정할 수 있을 경우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콜옵션을 비롯해 다른 금융상품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여기까지는 회계처리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 위반사항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콜옵션이다. 삼성 측이 당장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야 할 만큼 콜옵션 행사가 확정적이었는지다. K-IFRS에서는 ‘종속기업은 연결회사가 지배하게 되는 시점부터 연결에 포함되며, 지배력을 상실하는 시점부터 연결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측은 2015년 4분기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서신을 받았기 때문에 회계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신만으로 당장 회계 처리 방식을 바꿔야 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느 쪽의 논리도 틀렸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사용할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충실했는지가 중요해졌다​바이오젠이 서신을 보내온 경위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의 진정성 등에 대한 판단은 금융당국에서 해결되기 어렵고 사법당국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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