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기준 용선 44척, 자선 48척…자선 비율 높을수록 장기적으로 유리하나 해운산업 회의적 시각도 존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와의 분할 합병을 통해 자선을 늘릴지 관심사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배를 빌려쓰는 ​용선(傭船​)​보다 ​자선(自船​)​으로 선대를 꾸리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자선 비율을 늘려 수익성 향상을 도모해왔다.

 

2일 현대글로비스가 지난달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18년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완성차해상운송선(PCC)과 벌크선을 더해 총 92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44척은 용선이고, 48척은 자선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분할합병을 통해 자선 비율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28일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부문과 AS부문 사업을 떼어내고, 이를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하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을 통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되는데, 용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선 확보에 투자할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지난 1분기 기준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38007억원이고, 현대모비스는 289314억원이다. 단순 비교 시 현대모비스의 현금 보유량은 현대글로비스 6배가 넘는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전체를 끌어안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후 현대글로비스의 현금 보유량이 크게 늘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현대글로비스 2025년 성장 전략에서 잉여현금흐름(FCF)2025년에는 현재의 7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2년 이후 꾸준히 자선 확보에 주력해왔다. PCC 기준 지난 20128대에 불과했던 자선은 올 1분기 35대로 늘어났다. 5년 만에 27대 선박을 구매했다. 같은 기간 용선은 35대에서 19대로 줄어들었다.

 

벌크선의 자선 규모 역시 대폭 증가했다. 20123대 뿐이었던 자선은 올 1분기 13대로 늘었다. 동시에 용선 역시 늘었는데, 201216대에서 25대로 9대 증가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현재 자선 비율을 더 늘려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항상 겉으로는 계열사 물량을 줄이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안정적 수요를 바탕으로 한 수익성 향상을 포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글로비스가 자선 비율을 더 이상 늘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글로비스의 해운사업에 대한 전망이 아주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해운산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 충분히 다른 해운사들과 비교해 자선 비율이 높다이번 합병으로 현대글로비스가 물류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활발히 투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날 분할에 앞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친화정책 3가지를 발표했다.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1회 분기 배당 영업이익률 2025년까지 10% 달성 등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 관련해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사업분할 이후에 발행 주식 총수가 감소함에 따라 지급배당금 감소분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하자는 차원이라며 내년부터 바로 시행하는 한편, 3년 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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