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록체인인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좋은 프로젝트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 2017년 하반기 유래 없던 상승장, 이어진 연초 대폭락을 거친 후 세 달째 횡보중이다. 며칠 만에 몇 배씩 오르던 가격 속에서 울고 웃던 투자자들은 횡보하는 시세에 흥미를 잃었다. 올해 3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대금은 작년 12월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새로운 투자처로 ICO(initial coin offering)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성숙되지 못한 시장에 돈이 넘치니 투기꾼, 가짜 ICO 프로젝트, 사기꾼들도 몰려든다. 모든 투자시장이 그렇겠지만 시장과 서비스의 본질을 읽는 투자자의 주의 깊은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많은 ICO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시장에 현존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인 것처럼 얘기한다. 프로젝트가 꿈꾸는 목표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묻기 전에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은 왜 굳이 이 시장에 블록체인이 필요한가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블록체인이 반드시 필요한 시장은 세상에 없다. 블록체인은 보완의 기술이지 창조의 기술이 아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존 시장에 도입한다고 했을 때 그 목적과 당위성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블록체인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회사 내부에서 블록체인을 사용해 데이터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생각해보자.

 

중앙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존에 방식에 비해 블록체인 상에 데이터를 분산화해 저장하는 것이 더 나은가? 후자의 방식은 중앙화된 데이터 관리에 비해 더 무겁고 느리다. 데이터를 여러 개의 서버에 중복해 저장하기 때문에 전체 데이터 용량이 훨씬 커지며, 블록체인상의 데이터 전송속도 또한 내부 전산망을 이용해 데이터를 보내는 것에 비해 느리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탈중앙화와 보안성(신뢰성)이다. 효율성은 블록체인의 장점이 아니다. 이는 블록체인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다. 네트워크상 다수의 참여자가 같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합의하는 방식은 중앙화된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 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인 구조일 수밖에 없고 더 높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과 탈중앙화의 효용이 정보처리의 비효율보다 높은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 개인 금융정보 같은 데이터는 보안이 극도로 중요하다.

 

또 각 금융기관들 간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지가 않아 개인의 금융 거래내역, 신용정보 등을 검증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각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의 참여자가 되면 전체 시장에서 유통되는 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개인의 데이터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금융회사간의 정보 검증 비용은 줄어든다. 이 효용이 블록체인의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넘어선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더불어 한가지 고려할 점은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밖 즉 오프 체인(Off-Chain)과의 연결이다. 오프체인이란 블록체인 밖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블록체인의 단점이 없는 기존의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보처리가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든다.

 

이미 수십년간 이어오던 산업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한순간에 블록체인 상으로 옮길 수 없기 블록체인의 도입을 고려할땐 오프체인과의 효과적인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오프체인 가진 효율성과 블록체인이 가진 보안성, 신뢰성을 잘 조율하여 최적점을 찾는 것이 현재 블록체인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 중 하나이다.

 

좋은 ICO 프로젝트는 ‘Why Blockchain?’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잘하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대답을 잘 하려면 블록체인이 가진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어떤 이점을 통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가지 고려사항들을 기반으로 하나같이 장미빛 이상만 그리는 ICO 프로젝트들 중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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