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일은 불가피하다. 계속해서 먹으려면 우리는 인류의 식량 공급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이에 세계 곳곳의 영리한 요리사들이 고안한, 지금 가장 미래적인 대안들.

 

사진=아레나 기성율

1 최소한의 음식 Septime, 파리

셉팀은 꼭 필요한 재료만 쓰는 ‘노 프릴 요리법(No-frills Gastronomy)’을 열렬히 추종한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새 지구상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레스토랑이자 미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으로 떠올랐다. 영리한 요리사 듀오인 버트런드 그레보(Bertrand Grébaut)와 테오 푸리아 (Théo Pourriat)가​ 이끄는 셉팀은 메뉴 중 80%를 채소로 만든다.

 

셉팀이 사용하는 농산물 99%는 프랑스에서 재배한다. 예외는 시칠리아 오렌지와 같은 특정 감귤류, 커피, 설탕, 바닐라 같은 재료 정도다. 셉팀은 식당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부와 어부, 양봉가와 양조업자를 모두 직접 지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2m 이하의 보트를 사용하는 어부와만 거래하고, 낚시 방법에는 제한을 두었다. 해양 환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정어리, 헤이크(대구류 생선), 전갱이 등 셉팀이 식재료로 선호하는 생선은 비교적 덜 ‘세련된’ 것이다. 시장 가격보다 20%를 높게 지불해야 하는 소규모 프랑스 어부와 직접 거래하며 농부들에게는 특별한 채소를 경작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농산물에 대해 최상의 가격을 보장한다. 이들은 최근 파리 근교 농가에 자본을 투자했다. 

 

도시 내 수많은 농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셉팀의 음식은 미래지향적이고 전복적이지만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채집한 꽃받침을 볶아서 내고, 해초로 버터 구이를 만드는 등 훌륭한 프랑스 음식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다. 윤리적으로 건실한 동시에 최고의 미식 경험을 선사하는 희귀한 식당이다. 셉팀은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35위로 이름을 올렸다. septime-charonne.fr

 

2 야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 Central, 리마

페루의 슈퍼스타이자 여전히 30대인 셰프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Virgilio Martínez)는 지난 3년간 센트럴을 중남미 최고의 레스토랑이자 세계적인 식당으로 키웠다. 

 

리마는 전 세계 푸디에게 센트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손꼽힌다. 센트럴은 페루에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을 탐구한다. 센트럴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은 마르티네스가 17가지 코스로 선보인 ‘마테르 엘리베이션(Mater Elivation, 고도에 따른 메뉴)’ 덕이다. 모험심 강한 마르티네스는 생물학자인 동생 말레나가 수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와 협력하여 지역 농업 및 농산물에 대한 발견 및 교육을 지원하고, 지칠 줄 모르며 식재료를 탐구해왔다. 

 

마테르 엘리베이션은 그 열정적인 탐구가 낳은 결과다. 마테르 엘리베이션은 해발 20m에서 4,100m에 이르기까지 페루의 모든 생태계에서 서식하는,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들을 식탁 위에 펼쳐놓는다. 해발 1만1천 피트 이상에서도 자라는 강인한 뿌리 채소, 안데스 괭이밥이라든지, 역시 안데스 산맥에서 발견한 먹을 수 있는 흙 등이 마테르 엘리베이션의 재료로 쓰인다. 

 

센트럴이 지금껏 축적한 생물 다양성에 대한 연구 자료는 엄청나다. 마테르 엘리베이션을 안내하는 메뉴판은 센트럴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처음 이름을 얻은 새로운 야생종들로 빼곡하다. 페루와 맞닿은 태평양 해수면에서 아마존 정글을 거쳐 안데스 산맥 꼭대기까지 페루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야생의 맛을 전하는 센트럴은 생태계가 품은 생물 다양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정적으로 대변한다. centralrestaurante.com.pe​ 

 

 

사진=아레나 기성율

3 새로운 종자의 세계 Blue Hill at Stone Barns, 뉴욕

블루 힐 앳 스톤 반스는 채소만을 재료로 사용해왔다. 셰프 댄 바버는 농장에서 바로 식탁으로 이어지는 ‘팜 투 테이블’의 선구자이자 스타다. 그의 요리 철학은 단순하다.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식사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 식품 윤리에 관한 책 Plate>를 쓰기도 한 댄 바버는 최근 ‘씨앗’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종자 번식 회사인 로우 7을  설립하고 농부, 유전학자와 손잡고 풍미가 더 좋고 생산성 높은 7가지 새로운 품종의 채소를 선보이고 있다. 로우 7은 스쿼시(호박), 감자, 고추를 비롯한 7가지 새로운 품종의 채소들을 개별 및 대량 종자 패킷 형태로 판매한다. 

 

댄바버는 이 새로운 채소들이 유전자 조작이나 GM 작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댄 바버에 따르면 로우 7의 품종 개발 방식은 오히려 ‘현대​ 기술로 구현하는 구세대 번식’이다. 유전자 변형은 자연에서 결코 만날 수 없는 유전자 조작을 포함할 수 있지만 바버의 로우 7은 스쿼시나 다른 야채의 유전자가 어떻게 서로 반응하여 최상의 맛을 낼지 예측하는 게놈 매핑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로우 7의 시작은 블루 힐 앳 스톤 반스에 곧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댄 바버는 지금 미국 동부에서 서부에 이르는 전 지역에서 활동한, 젊은 요리사 30명과 함께 일한다. 이들을 포함해 판매 가능한 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채소를 맛보고 테스트할 수 있는 팀을 꾸리고, 가장 생산적이고 풍미 가득한 제품만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기 위해 철저히 테스트한다. 현장에서 정말 생산적이지 않으면 종자를 풀지 않으며, 셰프에게는 정말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면 종자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철칙이다. bluehillfarm.com

 

4 자연을 모방하라 Narisawa, 도쿄

나리사와의 요리 스타일은 혁신적인 사토야마 요리다. 사토란 일본어로 마을 공동체, 야마는 숲이라는 뜻이다. 나리사와는 식재료를 필요한 양만 정확히 구매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식재료를 공급해주는 중재자도 없다. 생산자가 식재료에 대한 수익을 100% 가져간다. 나리사와의 셰프인 요시히로 나리사와에게 첫 번째 미션이란 요리법과 지속 가능성을 결합해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요리다. 그는 자연을 존중하고 또 모방한다는 철학을 레스토랑 운영의 모든 면에 적용한다.

 

모든 식재료는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구한다.해외에서 들여오는 재료는 커피, 초콜릿, 향신료 및 일부 와인에 불과하다. 고기 뼈를 건조해 저녁 식사 서비스에서 식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리사와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변한다. 숲과 바다, 흙, 물 등을 주제로 만드는 메뉴 등 자연 경관이나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가 많다.

 

나리사와는 풍경과 바람, 피부로 느끼는 온도, 공기의 향기, 식물과 토양, 개울물 소리, 식용 식물의 향기 등 자연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요시히로 나리사와가 오감으로 느낀 모든 환경은 곧 나리사와 요리의 주재료다. 그는 여행을 자주 다니며 일본 어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새끼 물고기가 생존 가능한 길을 터주기 위한 방법을 장려하고 있다. narisawa-yoshih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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