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사장 “희생 분담 촉구”·GM-산은, 조건부 합의 후 내달 초 계약 예정…“경영 정상화 위한 근본적 자구책 보완 필요”

댄 암만 제너럴 모터스(GM) 총괄사장(가운데)이 26일 오전 국회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특위 면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GM 경영정상화가 분수령을 맞이할지 관심사다. 한국GM의 노사 합의 이후 GM과 산업은행, 정부 간 자금지원 협상에 대한 의견도 좁혀지고 있다. 다만 지원금 투입 이후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구책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GM 사태가 댄 암만 GM 총괄사장의 방한과 더불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26일 댄 암만 사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한국GM 대책특별위원회와 면담하고 산업은행·정부 관계자들과 자금지원 협의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암만 사장은 한국GM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 해결이 거의 마무리 단계며 앞으로 수시간 또는 수일에 걸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안들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이 이토록 조속한 해결을 원하는 이유는 이날 오후 미국에서 개최되는 1분기 기업설명회(IR)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까닭이다. 이번 IR에 한국 정부의 대략적인 자금 지원 계획을 포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은은 우선적으로 이르면 오는 27일 구두나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진행 중인 실사가 내달 14일 끝나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신규자금 지원 확약이 가까워지면서 신규 투자자금의 규모와 방식, 차등감자, 비토권 등 주요 안건의 방향성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와 산은은 GM에 최소 10년 이상 국내에서 사업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요 의사 결정과정에서 산은이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비토권)을 주는 조항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 측은 신규 지원 자금 규모를 3조원에서 4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GM의 희망퇴직 자금 등을 고려한 까닭이다. 

 

그렇게 된다면 산은의 기존 5000억원가량의 지원금도 7000억원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산은이 차지하는 한국GM의 지분(17.02%)만큼 2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더 투입하는 셈이다.


정부와 GM 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여전히 일각에선 한국GM의 자구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GM이 한국 공장에 신차를 배치했지만 구체적인 상품 전략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GM에 따르면 GM은 부평과 창원공장에 각각 내수 및 수출용 신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배정했다. 협상이 제대로 완료되면 신형 SUV는 2019년, CUV는 2022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신차 배정을 통해 연간 50만대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차 생산 일자는 향후 3년 후 한국GM이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 따른다.

한국GM 관계자는 “초기엔 30만대정도 생산되겠지만 향후 50만대생산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 시장 전망세가 꺾이지 않을 SUV 차종으로 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한국GM 노조는 전기차 ‘볼트EV’ 등 배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 성장력을 잠재한 전기차를 도입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게 만들기 위한 복안이다. 

 

이를 두고 이날 한국GM 대택특별위원회 위원장 홍영표 의원은 “군산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마지막까지 정부가 제안했지만 GM은 올해 전 세계 전기차(볼트) 생산량이 3만5천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 생산을 약속할 수 없다고 했고 나중에 전기차 양산규모가 20만∼30만대가 되면 언젠가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GM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력 차종을 배치해 경영 정상화에 힘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과열된 SUV 시장에서 신차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와 GM의 지원금이 투입돼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향후 한국GM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구책 없이는 안정적으로 회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GM이 국내서 10년 동안 사업 ’유지’를 하는 것보다 사업이 ‘활성’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지원금이 대거 투여된다면 그에 따른 경영정상화 방안이 탄탄해야 하는데, GM이 한국에 배치한 신차 2종을 보면 다소 우려가 되는 측면이 있다.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SUV만으로 매출을 견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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