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추상적·원론적 합의 내용 담을 듯…시기와 방법은 북미정상회담서 논의 예상”

사진은 판문점 평화의집이다. 27일 남북 정상은 이 곳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 사진-연합뉴스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명시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문에는 추상적 수준의 비핵화 선언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구체적 비핵화 논의는 북미정상회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전 9시 30분 판문점에서 첫 만남을 가진다. 두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회담을 하고 합의문에 서명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합의문에 담길 내용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명시될지가 핵심이다.

26일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한국과 북한 의견만으로 결정될 수 없기에 추상적 수준의 비핵화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 비핵화 시기와 방법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인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합의문에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추상적 수준에서 원론적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의 구체적 시한이나 방법 등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내일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은 명문화 할 것”이라며 “다만 이 문장 앞에 항구적이고 불가역적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수준이 명시될지, 아니면 이런 수식어가 제외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구체적 비핵화 시기나 방법 등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도 “비핵화와 관련해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이것은 남북 간 회담에서 전부 완료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도 아주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또 “과거와 달리 북한의 수행원 수행단에 군 핵심 책임자와 외교라인이 들어 있다. 북쪽도 이번 정상회담을 남북정상회담만으로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어질 북미회담과 이후 다양하게 진행될 국제사회 협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보인다”며 “군 핵심 책임자 참석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 긴장완화에 대한 내용이 중요히 다뤄지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북측 공식수행원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9명이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기본적으로 체제안전 보장을 주장해왔다. 체제안전 보장 등 평화체제 구축 관련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도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될 합의문에 남북경협과 같은 경제 협력 논의가 담길지는 미지수다. 전면적 남북경협 재개는 국제적 차원의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다만 원론적 수준은 거론될 수 있다.

문인철 선임연구원은 “남북 경협은 우리 정부 측에서도 합의문에 담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번 남북정상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남북 경제협력은 합의문에서 방향성 정도는 담길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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