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폭언 등 잘못 규명 필요…정 원장도 석연치 않은 구석 있어

 

최근 사회적 이슈로도 부상한 보건복지부 S과장의 갑질 의혹은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자칫하면 해당 공무원의 남은 공직생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물론 S과장이 소속된 복지부 위상과 신뢰도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이번 사건의 내용과 정황을 정리해 보자. 지난 16일 새벽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남자 간호사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의료원은 이를 복지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18일 저녁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등 다수 병원장, 복지부 공공의료과를 담당하는 S과장,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 등이 식사모임을 가졌다. 문제는 이날 모임에서 S과장이 의료원의 미보고를 지적하며 폭언을 하고 의사를 비하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정 원장은 다음날인 19일 정부세종청사의 복지부 청사를 직접 찾아가 미보고 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S과장에게 무릎을 꿇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날 S과장은 대기발령을 받았고, 20일 오전부터 이 사건이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복지부 과장의 갑질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과 친한 실세 정기현 원장 비위를 거슬렸다는 점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S과장 갑질 의혹의 출발점은 앞서 설명대로 18일 저녁 식사 모임이 발단이었다.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가 난 S과장이 폭언을 한 것이 대기발령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평소 그가 다혈질이고 평판이 좋지 않았다는 점까지 일각에서 거론되며 현재 어려운 처지에 있다.  

 

다음 정 원장 행적에 초점을 맞추면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던 문 대통령과 함께 더불어 포럼을 창립하는 등 두드러진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처럼 이 정부 실세로 알려진 정 원장이 왜 S과장에게 무릎까지 꿇었는지 명확하게 알려진 내용은 없다. 24일 오후 현재 그는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정 원장이 무릎을 꿇은 이유에 대해 적지 않은 말들이 흘러다니고 있다. 정 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감정이 격해져 ‘한 번 잘 해보자​는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고 밝혔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키우는 역할을 정 원장이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정 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기도 하다. 정 원장이 휴대전화를 받아 이 부분에 대해 입장 표명하기를 기대한다. 

 

문제의 저녁 모임은 의료원 외에도 다수 병원장들이 참석하는 자리여서 정 원장 참석은 당연했다. 하지만 간호사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16일 저녁에도 정 원장 등 의료원 간부들은 예정됐던 내부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장으로서 한번 심각히 되돌이켜 봐야 할 만한 사안이다.  

 

복지부는 현재 감사담당관실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연히 S과장은 감사 대상이다. 하지만 정 원장에 대해서는 감사 대상 여부 확인을 유보하고 있다.

 

이번 사건 결론은 너무나 명확하다. S과장을 감사해서 그동안 의료계 등을 대상으로 갑질을 한 점이 확인되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당연한 조치다. 또 정 원장을 대상으로도 똑같은 수준의 감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감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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