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구체적 종전선언 내용 담길 경우 국회 동의 필요”…야당 반발 예고에 정쟁화 우려도

지난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유엔군 경비병들이 북측을 응시하고 있다. 오는 27일 이곳에서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 사진=뉴스1

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남북정상 간 합의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를 대화 국면에서 ‘종전선언’을 위한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선언이 나올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7일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다. 이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와 관련된 합의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종전선언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이에 대한 조건으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3월 22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 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 된다”고 말했다.

이전 여러 남북회담 합의문들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해 정권이 바뀐 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 정책과 5.24조치를 하면서 이전 정부 당시 이뤄진 1, 2차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외면했다. 남북화해, 남북 불가침, 남북 교류협력 등 25개 조문으로 구성된 남북기본합의서(1992년)도 법규범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과 이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을 통해 이뤄질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회 동의 필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미·남북미중 회담에서 구체적 종전선언이 나올 경우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은 한국과 북한 뿐 아니라 또 다른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의 지지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된 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UN, 북한, 중공인민지원군이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추상적 수준의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후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에서 한국전쟁 관련 당사국들이 모여 구체적 종전선언 내놓고 향후 평화협정을 맺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종전선언은 남북만의 대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남북미 3자 합의가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는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종전선언이 나올 경우 이는 강화조약이기에 국회 비준을 해야 한다”며 “다만 남북회담에서는 추상적 수준의 종전선언이 나오면 굳이 국회 동의를 받기보다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일단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후 남북미중 회담 등 통해 종전선언이 구체화되면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길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남북미 종전선언이 평화협정과 실질적으로 같은 수준으로 나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이 단순히 각국 입장을 밝히는 정치적 선언이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남북간 종전선언 합의 수준과 상관없이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추상적 수준의 종전선언이 나오더라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협이 컸다. 이러한 상황 후 나오게 될 종전선언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 조약일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종전선언이 자칫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 23일 자유한국당 박덕흠·홍일표·​안상수·​정유섭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형태의 합의가 추진 중이라는 보도에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경우 당연히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종전선언과 관련한 합의문이 나올 경우 국회 동의에 대한 야당 협력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3일 SNS를 통해 “야당이 정상회담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할 때 정상 간 합의는 정쟁의 대상이 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그 합의를 찬성함에도 극우보수 세력을 등에 업은 야당이 반대하는 경우 합의의 운명을 국회에 맡겨야 하는 것인가? 한국당 의원들이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경우 국회 동의를 받으라고 했는데 그것은 국회 동의 절차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고다”고 말했다.

최철영 교수도 홍일표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이 종전선언에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 “한반도 평화는 모든 국민의 열망이다. 종전선언이 그 첫 단계다”며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그동안 남북이 체결한 합의서는 245건이다. 이 가운데 국회 비준 동의를 거친 합의서는 13건 뿐이다.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등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맺어진 경우가 전부다. 2005년 이후 새로 국회동의를 받은 합의서는 없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