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SK이노베이션 주가, 기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주주별로 상장 효과도 차별적 “대주주에게만 좋은 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상장 호재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는 열흘 넘게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 본사 / 사진=뉴스1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상장 호재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는 열흘 넘게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순매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실적이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화학 업계 성수기인 2분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흐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루브리컨츠 상장이 SK이노베이션에 날개를 달아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기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SK루브리컨츠 증권신고서 공개후 55만주 팔아치워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3SK루브리컨츠의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공개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당시 21만원대 위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1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보다 더 주목받는 부분은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 행진이다.

 

기관 투자자는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공개된 다음날부터 SK이노베이션을 팔아치우고 있다. 기관은 지난 9일부터 20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신고서 공개 시점부터 따져보면 6일 하루를 제외하고 지난 20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순매도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동안 기관 투자자가 시장에 팔아치운 물량은 55474주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장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을 뒤흔들 만한 산업내 악재는 없다고 보고 있다. 22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액 129952억원, 영업이익 8497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서는 15% 가량 줄어든 수준이지만 매출액은 14% 가량 늘었다. 여기에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원화 강세의 영향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화학 사업에서의 변동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 SK루브리컨츠 상장 효과“SK이노베이션 대주주에게만 좋은 일

 

화학 사업에서 특별한 악재가 없는 가운데 기관 매도세가 이어지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루브리컨츠 상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상장할 경우 현금이 유입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 역시 낮아지기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 상장이 완료되면 현재 100%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70%로 떨어진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가운데 가장 수익성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4.6%에 달한다. 반면 마찬가지로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1% 수준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6.9%였지만, 개별 영업이익은 5.5%.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 중 SK루브리컨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6%.

 

SK루브리컨츠의 수익성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나쁠 것은 없다. 문제는 긍정적 효과가 모든 주주에게 긍정적일지 여부다. 아직 상장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일단 주주별로 상장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SK루브리컨츠 상장은 SK루브리컨츠 미래 주주에게는 본전이고, SK이노베이션 대주주에게는 좋은 일​이라며 ​경영권 없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장은 손해인 딜​이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SK루브리컨츠 상장이 마무리 되면 지분율이 100%에서 70%로 낮아진다. 여전히 SK루브리컨츠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연결 회계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은 그대로 가져오겠지만 배당 수익은 줄어든다. 경영권 없는 소액 주주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성 축소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SK루브리컨츠의 배당금액은 총 3322억원이다. 지금까지는 100% 지분을 이노베이션이 들고 있었기 때문에 전액이 SK이노베이션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상장 계획대로 상장이 완료됐다고 할 경우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는 30%가량의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배당 성향 기준으로 약 1000억원이다.

 

당장 수익성이 줄어드는 대신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현금을 바탕으로 향후 수익성을 확보한다면 SK이노베이션 소액 주주입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관건은 배터리 사업에서 성과가 언제 나오느냐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SK루브리컨츠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을 신성장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사업 투자가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말 유럽 현지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과 운영을 위해 모두 8402억원을 투자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해외법인에 현금출자하는 방식인데 출자기간은 12월부터 202212월까지다. 여기에 국내 배터리 공장 설비 증설에 2000억원을 투자한다.

 

◇대주주는 실탄 마련했지만…배터리 사업 성과까지 시간 필요

 

화학업계에서는 배터리 사업의 성과가 단시간 내에 나오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더구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후발주자로 꼽힌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사업 진행 측면에서는 선두주자들과 아직 격차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자동차용 배터리사업에서 선두로 꼽히는 LG화학도 올해 하반기에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의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용 전지 수주 잔고는 42조원 수준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기타부문 (배터리, 분리막, 석유개발사업 등)에서는 손실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까지 포함해 영업손실 폭은 1498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대주주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을 마련했다는 데서 긍정적이지만 경영권 없는 투자자들은 당장 숫자로 찍히는 수익성을 포기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베터리사업에서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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