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청장, 은폐·허위 설명 논란에 사과…법조계 “축소·왜곡 수사 부담 덜기위해서도 특검 필요"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드루킹' 등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항의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만나 답변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필명 드루킹)씨에게 총 10건의 인터넷 기사주소(URL)을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의원이 김씨에게 메시지만 받고 대부분 읽지도 않았다’는 선후 관계가 뒤바뀐 경찰의 수사 브리핑이 물매를 맞고 있다.


수사기관이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점에서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별검사 도입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드루킹에게 14건 텔레그램(메신저) 메시지를 보냈고, 이 중 10건이 URL이었다.

URL 10건은 2016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10월 2일까지 나온 언론보도로 이 중 8건은 모두 네이버 링크다. 대선 이전 문재인 후보 인터뷰와 대통령 후보 시절 문 후보를 둘러싼 소문 관련 보도, 합동 토론회, 대선 후 내각 인사 등의 기사와 김경수 의원 인터뷰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4건의 메시지에는 의례적인 감사 인사가 아닌 ▲‘내가 답답해서 문재인 홍보한다’ 제목의 유튜브 링크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외신 일정 ▲“네이버 댓글은 이런 건가요” 메시지 ▲URL을 담아 “홍보해주세요”라는 내용 등이 있었다.

김 의원의 메시지에 드루킹은 “알겠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하거나 적어도 부탁한 게 아니냐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는 앞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가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김씨가 보낸 메시지를) 대부분 확인도 안 했다”면서 “의례적으로 ‘고맙다’ 정도만 있었다”고 브리핑 한 것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 청장은 은폐 및 허위 설명 논란이 일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했다. 그는 “당시 정확하게 관련 사실을 숙지하지 못했다. 간담회 이후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기사 주소(URL)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다”며 “이를 즉각적으로 알리고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의 해명에도 경찰은 스스로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특히 이번 드루킹 사건에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특검은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에 도입하는 제도”라면서 “경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면 정권 내내 드루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야당이 특검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청와대도 국회가 알아서 해달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정치적 합의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국립인천대 교수) 역시 “축소왜곡 수사가 이어질수록 현 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백 회장은 “논란의 당사자인 김경수 의원과 이주민 청장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2년간 함께 일했고, 압수수색 부재 등 경찰의 축소수사 정황도 상당하다”면서 “경찰의 수사의지와 검찰의 수사지휘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김 의원이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고, 여당은 이번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로서 특검을 거절할 명분도 없다”면서 “정치권은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으로 정통성을 상실한 전 정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속히 협상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원 댓글 공작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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