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즉흥적 회식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지 않아”

사진=연합뉴스

 

3차 회식 후 퇴근하다 숨진 노동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전계획 없이 자의적·즉흥적으로 이뤄진 회식은 공식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워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최근 노동자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회사 총무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회사 회식을 마치고 2015년 12월 19일 새벽 용인시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은 ‘망인이 참석한 3차 회식은 사전 계획 없이 친분관계에 있던 몇몇 직원과 자의적·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망인의 죽음과 업무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은 재심사까지 거부되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하고 이번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사업주의 포괄적인 지시를 받아 회사 대표로 회식에 참석했고, 감사패 전달 및 노사 간부 응대 업무를 수행한 뒤 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업무수행 중의 사고 또는 출퇴근 중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고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감사패 전달이 1차 회식에서 이뤄졌고 교통사고는 3차 회식 이후에 발생했다며 감사패 전달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2차 및 3차 회식 후 귀가하는 행위까지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업무수행 즉 ‘출장 중에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가 ‘행사 중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차 회식 이후 대부분 참석자가 귀가했고, 3차 회식은 망인을 비롯해 평소 친분이 있던 소수만 임의로 장소를 이동했기 때문에 3차 회식까지 회사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사건 교통사고 역시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출퇴근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유족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야간운전의 위험성, 늦은 일정으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지적하며 망인이 다른 퇴근방법과 경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아래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라고도 볼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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