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경쟁 분위기에 조현아 복귀 시점 맞물려 악화일로…들끓는 내부 민심도 한몫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19일 오후 압수수색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시간이 갈수록 논란을 넘어 경영리스크로 까지 번져가는 모양새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 데에는 여러 시기적 요건들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오너일가의 갑질은 초창기 큰 이슈가 됐다가 사그라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조현민 전무 관련 논란은 그 반대다. 처음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의혹이 나왔을때보다 시간이 지나며 경영에 직접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현민 전무를 비롯, 대한항공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이 특히 더 경영리스크로 부각되는 것은 크게 3가지 시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검찰과 경찰이 열심히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양 기관은 수사권 이양 문제 등과 관련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대중적 관심이 큰 사건이 터지게 되면서 검찰과 경찰이 모두 이 건과 관련해 경쟁적으로 수사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조현민 전무에 대해 출국금지 신청했다. 이어 물벼락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대행사와 대한항공에 대해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련의 경찰의 움직임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사건 자체가 전국민적 분노를 자아내는 해당 사건이라는 점에서 특히 더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검찰까지 조 전무의 특수폭행 혐의 고발 건에 대해 움직이면 그야말로 대한항공은 이중압박을 받게 되는 셈이다.

법적 리스크와 더불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복귀가 결정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 점도 관련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선 부지런히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 였는데, 이번 사태때문에 과거 행적이 다시 부각되며 조현민 전무와 함께 재차 지탄을 받는 상황이 돼버렸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사실 사건 자체는 폭행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인데 계속 번지고 있다”며 “이미 사람들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비슷한 논란끝에 경영복귀를 하는 것을 지켜본 터라 더욱 분노가 커 조현민 전무가 경영퇴진 압박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오너일가에 대한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이 가득차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도 이번 사태가 대형사건으로 번지는데 한 몫했다. 물벼락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대한항공 직원들은 계속해서 오너 일가의 만행에 대해 내부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의혹이 더 불거져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잠깐 아프고 지나갈 수 있었던 오너 관련 사건이 이렇게 커진 것은 그만큼 내부 직원들이 쌓인게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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