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사좌니 전 에미리트NBD 은행 CIO 인터뷰…“한국 스타트업, UAE 적극 진출해야”

알리 사좌니(Ali Sajwani) 전 에미리트NBD 은행 COO / 사진=박현영 시사저널e 기자

지난 2016년 두바이 정부가 2020년까지 모든 정부 거래를 블록체인 상으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자, 두바이 은행권도 덩달아 바빠졌다. 은행 거래, 보안에 블록체인 기술을 하루 빨리 접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블록체인 혁명’의 선두주자는 단연 두바이 최대 은행인 에미리트NBD(Emirates NBD) 은행이었다. 에미리트NBD 은행은 2016년 말 블록체인 기반 결제 어플리케이션을 시범 운영하고, 2017년 초 블록체인을 수표 거래에 적용하는 등 두바이 은행권에 블록체인 바람을 일으켰다.

 

이 바람의 중심엔 알리 사좌니(Ali Sajwani​) 전 에미리트NBD 은행 CIO(Chief Information Officer‧최고정보관리책임자)가 있었다. 그는 2015년부터 블록체인에 대해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은행권 블록체인 혁명을 강력 주장해 ‘블록체인 은행 도입의 개척자’로 불렸다. 

 

이후 사좌니 전 CIO에겐 더 큰 꿈이 생겼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시민들이 보다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지난해 말 그는 과감히 은행을 그만두고 블록체인 스타트업 ‘그레이프(Grape)’를 차렸다. 그레이프는 현재 시장 조사를 진행하며 블록체인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UAE(아랍에미리트) 정부에서 혁신분야 자문역할을 하고 있는 사좌니 전CIO는 블록체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이유로 신기술에 개방적인 UAE 정부의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UAE는 4차산업혁명 신기술, 특히 블록체인에 활짝 열려 있다”며 “이런 배경이 회사를 그만둔 채 블록체인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으로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알리 사좌니 전 에미리트NBD 은행 CIO를 19일(현지 시간) 두바이 에미리트타워에서 만났다.


은행권 블록체인 도입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에미리트NBD는 큰 은행이기 때문에 서류 상 절차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함이 컸다. 고객들은 은행에 갈 때마다 많은 서류를 챙겨야 하는 불편함을, 은행은 서류를 보관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두바이엔 수표 위‧변조, 복제로 인한 문제도 많았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블록체인임을 알고 2015년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가 어떻게 현실화됐나.

2016년 10월에 정부가 2020년까지 두바이를 ‘종이 없는 도시’로 만들겠다며, 모든 정부거래를 블록체인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이 컸다. 당시 정부 발표로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알게 됐다. 에미리트NBD가 기술자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면서, 연구도 자연스레 현실화됐다.

에미리트NBD 은행에서 이룬 블록체인 관련 성과는 무엇이었나.

가장 큰 성과는 체크체인(Cheque Chain)시스템 개발이다. 두바이에선 수표 위‧변조나 복제가 많이 일어났다. 에미리트NBD는 지난해 5월부터 새로 발행되는 모든 수표에 고유 QR코드를 새겼다. 그 QR코드는 블록체인 상에 등록했다. 블록체인 상에 확실하게 등록된 고유 QR코드는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으로 수표 관련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됐다.

에미리트NBD 은행에서 연구도 진행했고, 성과도 냈다. 애정도 컸을텐데, 퇴사 후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우선 블록체인을 은행권뿐 아니라 좀 더 넓은 분야에 적용하고 싶었다. 에미리트NBD에서 근무하면서, 블록체인으로 사람들이 더 편리해지도록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클라이언트들과 계속 만나면서 어떤 분야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면 좋을지 직원들과 논의 중이다.

UAE가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도전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UAE 국무총리는 제4차산업혁명, 신기술에 관심이 많다. 블록체인을 비롯한 신기술 사업에 굉장히 호의적이다. 새로운 신기술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

한국도 스타트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다. 다만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ICO(Initial Coin Offering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빛을 보려면 어떤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량도 높고, 블록체인 관련 기술도 풍부한 국가다. 개인적으로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들과 업무 협약을 진행할 계획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들이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ICO처럼 새로운 것이 생기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ICO는 완전 규제를 할 수도, 완전 허용도 할 수 없는 곤란한 문제다. 규제를 하면 스타트업들이 피해를 보고, 허용을 하면 사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규제라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기 전에, 제고 과정을 거쳐 정부가 직접 ICO 진행 로드맵을 알려줘야 한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UAE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한가.

적극 진출하라고 말하고 싶다. 두바이 정부는 해외 기술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 UAE 국무총리부터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것임을 믿고 있기 때문에, 해외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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