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준양 사퇴와 판박이…후임 회장 후보군에 오인환·장인화·최정우 등 내부인사 하마평

권오준 회장이 18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포스코의 역대 수장 잔혹사가 새삼스레 조명받고 있다.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하는 전례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18일 권오준 회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진행된 임시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에서도 권 회장의 사퇴 의사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권 회장의 임기는 후임자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종료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재임에 성공한 권 회장의 공식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권 회장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게 CEO의 변화​라며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었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권 회장의 설명에도 철강업계와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권 교체와 관련해 압박을 느낀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역대 전임 회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권 회장도 직간접적으로 사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 포스코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서라지만…전임 정준양 중도 사퇴와 ‘판박이

 

이날 직접 사의를 표명한 권 회장은 전임자인 정준양 전 회장의 사퇴와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회장직에 오른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공식 임기를 1년 4개월가량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어 후임 회장 인선 과정을 거쳐 2014년 3월 사퇴했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에서 배제됐고,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에서도 빠졌다. 권 회장 역시 현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4차례 해외 순방에서 모두 제외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의 경우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사퇴 압박이 심화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 회장도 마찬가지로 최근 검찰이 포스코건설 등 전·현직 경영진 7명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하는데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 전 회장 이전 포스코의 수장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2003년 3월부터 2009년 1월까지 포스코 수장 자리를 맡았던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에는 검찰이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진행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정 전 회장의 전임자도 마찬가지다. 1998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포스코의 수장을 맡은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고 1994년 3월부터 1998년 3월까지 회장으로 재직한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사퇴했다. 그 이전에는 황경로 전 회장과 정명식 전 회장이 모두 1년만에 사퇴했다. 

 

창업자인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도 중도 퇴임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1968년부터 포스코를 이끌었던 박태준 창업자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전인 1992년 사임했다. 

 

◇ 후임 회장에 내부인사 하마평 무성

 

권 회장의 사퇴가 공식화되면서 포스코는 당장 후임자 인선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당장 하마평에 여러 내부 인사가 오르내리고 있다. 권 회장은 물론 전임자들도 포스코 내부인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권 회장이 포스코가 재무적으로 어려운 시기 부임해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외부인사 부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 내부 인사 중에서는 오인환ㆍ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가 차기 회장으로 꼽힌다. 오인환 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철강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철강1부문장(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요직을 거쳤다는 점이 부각된다. 장인화 사장은 철강2부문장(사장)을 맡기 전 신사업관리실장과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기술투자본부장을 거쳤다. 

 

이외에도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과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도 언급된다. 최정우 사장은 장인화 사장의 전임자로 포스코에 재직하며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는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을 거쳐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을 맡았다. 황은연 전 원장은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을 맡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인재창조원장으로 옮겼다. 이어 올해 3월 퇴임후 현재는 포스코인재창조원 자문역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에 부임하며 경영 일선에 복귀한 박기홍 전 포스코 사장도 거론된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한 박 사장은 현 정부와 코드가 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기용, 김진일 전 사장 등도 후보군이다.

 

다만 포스코 측은 아직은 후보를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승계 카운셀(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절차가 준비가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의 논의는 의미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포스코의 핵심인 철강 사업에서는 오인환 사장에게 무게감이 있고, 장인화 사장은 신규 사업 강화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최정우 사장은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지만 구조조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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