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우연히 발견…수일 만에 분해 시작
전 세계 바다가 플라스틱 몸살을 앓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정부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70%이상이 플라스틱이며 해양에 누적된 플라스틱 규모는 2015년 5000만톤에서 2025년 1억5000만톤으로 3배 가량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작은 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 생물이 오염되고 인간도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조개류를 먹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달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천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엔 시중 유통 중인 국내산 어패류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는 효소를 발견해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 맥기헌 영국 포츠머스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과학연구팀이 발견한 이 변종 효소는 단 며칠만에 플라스틱 분해작업을 시작한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돼려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이라는 평이다.
연구팀은 우연히 이 같은 효소를 만들어냈다. 원래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는 2016년 일본 해안도시 사카이에 쌓인 플라스틱병 침전물에서 발견됐지만 이 박테리아의 자세한 구조나 플라스틱 분해 원리는 베일에 쌓여 있었다. 이에 맥기헌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극을 가했다. 태양 빛보다 100억배 강한 엑스레이 빛을 쏴서 원자 등을 연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페트(PET)병을 먹는 능력을 갖춘 변종 효소를 만들어 냈다.
이 효소는 플라스틱 분해에 최적화된 효소였다. 불과 며칠 만에 플라스틱 분해를 시작했으며 분해된 물질은 고스란히 재활용에 사용될 수 있었다. 분해 결과도 기존 재활용 시스템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불투명 섬유 등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이 효소를 활용하면 원제품과 거의 똑같은 투명한 플라스틱을 다시 만들 수 있다.
맥기헌 교수는 “이 효소가 플라스틱 제품을 원래 구성 요소들로 되돌려놓는 데 쓰이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진정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플라스틱 생산을 위해) 석유 개발에 나서지 않아도 되며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플라스틱 분해 효소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려면 생산 비용이 크게 낮아져야 한다. 산업용으로 쓰일 만큼 생산 규모도 늘어나고 분해 능력도 더 나아져야 하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향후 효소의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대량 생산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