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성과중심 지원에서 시장‧개방형 혁신 방식으로…중기부 “혁신기업 만들겠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연구 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에 기술 목표 달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씨의 기술 개발과 제품 사업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이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신제품신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모든 단계를 R&D라고 칭한다.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기술창업이 늘어나면서 정부 부처나 민간에서도 R&D 지원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정부와 민간의 중소기업 R&D 투자는 200651000억원에서 2016131000억원으로 늘었다. 10년 사이에 2.6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R&D지원 창업기업 생존율이 5년차 일반 창업기업 대비 45.2%포인트(p)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중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개발과 사업화연계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다. 지난해 중기부의 R&D 사업 예산은 약 11200억원이다. 분야별 R&D 지원실적은 기계(24.4%), 정보통신(18.1%), 전기전자(17.7%) 순으로, 제조업 분야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엔 바이오, 지식서비스 분야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그간 R&D지원 사업은 단편적이고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자금을 주는 공급자 중심 지원사업이었던 탓이다. 또한 기술과제 목표 평가도 중소기업 수요자나 시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매출발생 여부와 관계 없는 정액기술료 징수도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중소기업의 초기 투자 지원은 많았던 반면, 후기 투자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직전 200~500억원 대 투자를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 없었던 셈이다. 이에 중소기업 R&D사업이 비효율적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IT계열 중소기업 대표는 기술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기업은 소액만 지원받거나 아예 지원받지 못하는 반면 기존 사업이 안정화된 기업은 정부 R&D사업을 중복 지원받기도 했다라며 정부 R&D사업은 점점 확대되는데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은 자금 지원을 잘 받지 못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중기부는 R&D 지원사업을 대폭 바꾸겠다고 나섰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장 중심, 민간투자연계 강화, 데이터 기반 성과 평가 등으로 선정 방식을 변경한다.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Open innovation)를 위해 R&D바우처, 네트워크R&D 등 기업 간 공동 R&D 지원도 확대된다.

 

또한 중기부는 기술인력 신규채용을 위한 연구비 지출을 의무화하고 우수 기술인력의 중소기업 유입을 위해 가산점을 부여한다. 전 부처에 R&D첫걸음 목표관리, 졸업제를 확산시켜 한 기업이 불공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한 것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누누이 혁신 중소기업을 강조하며 민간 중심 정책 개편을 강조했다. 홍 장관은 지난달 열린 정책기획단 제안과제 전달식에서 민간의 시각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재평가하고 개편하는 것은 수요자 중심 정책개편의 시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R&D 지원사업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중소기업 전문가는 중소기업 민간 시장을 고려해 R&D 지원책을 변경한다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올해 안에 개선안이 무사히 정책돼 사각지대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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