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도는 노사 합의 진척시키기 위한 방안…전문가 "GM에게 한국 시장 더 이상 매력 없을 것"

 

한국GM 군산공장 정문. / 사진=김성진 기자

GM(제너럴모터스) 본사가 한국GM 회생에서 철수로 방향키를 꺾는 모양새다. 댄 암만 GM 총괄사장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20일을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못 박았다. 지난주 한국을 찾은 배리 엥글 해외사업부문 사장 역시 이례적으로 체류 기간을 늘리며 법정관리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GM의 법정관리 방침이 한국 정부와 노조에 대한 압박용인지, 아니면 실제 철수 준비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있다.

16일 한국GM 노사는 이날 오후 한국GM 부평공장서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8차 본교섭을 개최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 424분까지 진행됐다. 사측은 노조의 회사 상황이 급박한 만큼 조건부 합의를 먼저 하자고 주장했으나, 노조는 조건부 합의는 없으며 일괄타결을 목표로 한다고 선을 그었다.

 

GM20일까지 노사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할 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남은 나흘간 상황은 더욱 급박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 128차 본교섭 테이블에 마주할 예정이었으나 교섭장 폐쇄회로(CCTV) 설치 등에 이견을 보이며 무산된 바 있다.

 

GM은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들며 정부와 KDB산업은행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당초 GM은 한국GM에 대한 본사 차입금 27억달러(3조원)을 출자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엥글 사장은 최근 산은과의 만남에서 차입금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GM의 이번 법정관리 언급이 산은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GM의 사업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가운데, 기존 투자했던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새로운 자금 투입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GM은 헛돌고 있는 노사 합의를 진척시키기 위해 법정관리를 시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사 협의는 산은이 최대주주로 있던 금호타이어와 STX조선과는 양상이 다르다. 그러나 GM은 산은이 노조를 압박해 협의에 성공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압박전략이 먹힌다는 것을 학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GM이 실제로 철수 준비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세계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GM 입장에서는 한국이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GM의 내수 시장 축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수익성 회복에 대한 전망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GM이 장기적이든 단기적으로든 철수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권 바뀌기 전에 발을 뺄 수도 있을 것이다. 글로벌 사업 측면에서 보면 GM이 한국에서 빠지지 못 할 이유가 없다. 현재 한국GM27억달러를 갚아야 하는데 그걸 여기서 회수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이 GM에게 좋은 이유는 부품업체다. 부품업체들이 경쟁력 있고 좋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보면 당장 빠지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현재 한국GM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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