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혁신 전 과도기…업계는 OLED에 LCD까지 함께 내놓으며 가격다양화 움직임

2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란 그란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WC) 2018’ 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스1

완연한 봄이 다가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봄맞이 채비를 하던 스마트폰업계도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프리미엄 제품이 나왔지만 시장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는 역대 최저수준이다. 폴더블, 롤러블 등 하드웨어 혁신 전에는 이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가격대를 늘리는 방식으로 과도기를 지나려는 태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플래그십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이점이 생기는 셈이다.

최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동통신3사와 알뜰폰 번호이동 건수는 139만84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63만3019건)보다 14.4%나 뒷걸음질 친 수치다. 또 2004년 1분기(70만3375건) 이후 14년 만에 최저 수치기도 하다. 번호이동 건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열기를 간접적이나마 알아볼 수 있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1분기에는 국내서 선호도가 높은 주요 브랜드 플래그십이 모두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갤럭시S9과 V30Thinq(씽큐)를 내놨다. 애플 아이폰X(텐)과 아이폰8도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출시돼 주요 대리점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번호이동 대신 25%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는 가입자가 늘기도 했지만 ‘신제품 효과’ 역시 과거보다 약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접거나(폴더블) 돌돌 마는(롤러블) 스마트폰 등 혁신적 하드웨어를 갖춘 제품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20년 넘게 연구해온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디바이스 진화가 정점에 달했다. 크게 떨어지지도 않지만 크게 성장하는 시장도 아니다”면서 “폴더블 정도가 나오면 아마 충격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스마트폰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강력한 시장 구조 재편이 필요하고, 시장과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등장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터라 교체주기가 길어진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인 베이스트리트 리서치는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가 2014년 1년 11개월에서 올해 2년 7개월로 길어졌다는 분석결과를 최근 내놓은 바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칸타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성장가도라던 중국서도 도심지역 기준으로 교체주기가 되레 2~3개월이 늘었다.

이 와중에 스마트폰 가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하고 듀얼카메라를 채택하는 등 뚜렷한 고사양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업계가 택한 전술이 플래그십 라인업 다양화다. 브랜드를 공유하되,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만 바꿔 원가를 절감한 제품을 함께 내는 행태가 읽혀서다. 시장선도업체인 애플이 이와 같은 전략으로 시장에 나설 태세다.

미국 IT(정보기술) 전문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스위스 투자 은행 UBS 자료를 인용해 올해 아이폰이 OLED 2종과 LCD(액정표시장치) 1종 등 총 3종으로 출시되리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3종의 가격은 각각 6.4인치 OLED 아이폰 1099달러, 5.99인치 OLED 아이폰 999달러, 6.1인치 LCD 아이폰 750달러 수준이다.

내달 ‘LG G7 ThinQ(씽큐)’를 공개하는 LG전자를 둘러싸고도 M+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탑재해 원가를 낮출 가능성이 솔솔 피어오른다. 현실화하면 이 역시 방점은 원가절감에 찍힐 전망이다. 그룹 내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M+ 기술을 이미 선보인 바 있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지탱해주는 근거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로서도 선택지가 늘어나게 된다. 그간 소비자는 고가 아니면 저가, 혹은 최근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50~60만원대 중가 제품을 택해야 했다. 앞으로는 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프리미엄 기능은 거의 그대로인데, 가격대는 20만원 안팎 낮은 제품군도 구매후보가 된다. 베젤리스와 얇은 두께, 곡면 디스플레이 등을 선호하면 조금 돈을 더 내더라도 OLED를 택하고, 그보다 소프트웨어가 훨씬 중요하다면 LCD를 손에 쥐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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