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 공전 상태 지속…상가임대차 보호법 등 방치에 국민들 ‘부글부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정세균 국회의장, 평화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 사진=연합뉴스

4월의 반이 지났지만 국회는 잇단 정치적 이슈로 임시국회를 열지 않은채 공전 사태를 겪고 있다. 이에 민생법안들과 개헌논의가 사실상 방치된 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경도 국회에서 내버려졌다. 여야가 정쟁에 파묻혀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는 이달 초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과 개헌 관련 사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특히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으로 내몰린 국민들은 상가임대차 보호법과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관련 법안 처리를 기대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방송법 개정안 이슈 등을 4월 국회 개최와 연결시키며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연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공세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야당 중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청와대와 민주당이 19~20대 의원들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사례조사 후 민주당과의 회동을 거부하고 있다.

국회가 정쟁에 함몰된 동안 민생은 외면당했다. 특히 수많은 상인들이 장사하던 건물에서 쫓겨나 생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수년째 방치됐다. 

 

국회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이 2016년 7월 21일 대표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계약갱신 보장기간 무제한,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 퇴거보상금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서울 노량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52)는 “국회가 정쟁으로 국민 생존권은 외면하고 있다”며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은퇴 후 할 수 있는 것은 자영업뿐이다. 건물주가 갑자기 나가라 하면 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고 말했다. 박씨는 건물주가 해당 카페 자리를 더 이상 상가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권리금도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이다. 현재 건물주와 박씨는 법적 소송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해 계약갱신 보장기간을 10년 이상 늘려야 한다는 청원글이 매달 여러 건 올라온다. 지난 6일 올라온 한 청원글에는 “열심히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35살의 청년창업가다. 하지만 젊은 날을 모두 쏟아온 이 곳에서 5년 임대차 보호 기간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며 “서울 당인리발전소 인근에는 앞으로 임대료 상승과 보호기간이 지나 쫓겨날 상인들이 줄지어 서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영업구역보호를 위해 대규모점포 입지 제한 확대 및 대기업 복합쇼핑몰 영업제한 대상 포함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서 방치되고 있다. 관련 법안은 홍익표 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했다.

4월 국회가 파행되면서 개헌과 추경 진행도 멈췄다.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 시대와 국민 삶의 변화를 반영할 개헌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달 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는 정쟁으로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추경안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정부는 청년 실업과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 국회에 제출했다. 

 

추경 예산안 3조9000억원 가운데 2조9000억원은 지난달 15일 발표한 ‘청년일자리 대책’ 추진을 위해 쓰인다. 나머지 1조원은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남과 전북, 울산지역에 사용한다. 추경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하면 다음 달부터 집행된다. 그러나 4월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추경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열린 여야 원내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국민 여러분 뵙기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당장이라도 4월 임시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김성태 원내대표가 불참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정당 간에 싸우더라도 일을 하면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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