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개헌발의권’, 정부안서 빠지고 국회서도 논의 없어…“주권자 국민, 개헌 실질 주체 돼야”‘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개헌안에는 ‘국민 개헌발의권’이 없다. 국민개헌의 핵심이 국민 개헌발의권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헌안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알맹이 없는 개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권자인 국민이 자신에게 필요한 개헌안을 직접 발의해 개헌의 실질적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행 헌법상 국민에게 개헌발의권이 없다. 대통령 또는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 표결(재적 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을 한다. 그 이후에야 국민들은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국민들은 개헌 절차뿐 아니라 개헌안에 포함할 내용을 정하는 데 있어서도 소외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 개헌발의권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이전까지는 선거권자 50만명 이상이 제안할 수 있는 국민 개헌발의권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으로 개정하면서 국민 주도 개헌이 폐지됐다.
◇국민 개헌발의권, 자문안 들어갔다 쏙 빠져…국회도 논의 없어
애초 정부에서 개헌 발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개헌 자문안에도 국민 개헌발의권이 포함됐었다. 유권자의 3% 이상이 제안할 경우 개헌발의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정부안에는 국민 개헌발의권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국민 개헌발의권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개헌안에도 관련 내용은 없다. 국회와 정부가 국민에게 권력을 나눠주기 싫은 속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명근 ‘세상을 바꾸는 꿈’ 사무국장은 “국민들에게 권력을 주는 것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부정적인 상황이다. 대중이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촛불혁명에서 봤듯이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은 충분히 성숙돼 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을 개정할 때 국민들에게 개헌발의권을 줘서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헌안에 국민 개헌발의권을 제외시켰지만, 국회 개헌안에는 국민 개헌발의권이 꼭 포함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헌법자문특위안의 자문안에 포함된 국민 개헌발의권이 정부안에서 빠졌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라도 국민 개헌발의권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국민 개헌발의권은 과거 우리 헌법에서도 있었던 조항이다”며 “촛불 혁명 정신을 고려하면 국회는 국민 개헌발의권을 개헌안에 당연히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질수록 국회가 개헌안에 국민 개헌발의권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근 참여연대 정책기획 실장은 “대통령도 국민 개헌발의권을 포함 하지 않았는데 국회가 자기 권한을 국민에게 나눠줄지는 의문이다”며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크기에 따라 국회가 국민 개헌발의권을 포함할지 여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제정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헌법 발의 권력도 국민에게 주는 것이 맞다”며 “이것은 촛불혁명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직접 민주주의 참여 욕구에 대한 응답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