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장세에 수출 호조 지속…물가상승압력, 미·중 무역갈등 등은 불안요소

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로 유지했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수출과 설비 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한 까닭이다. 여기에 소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한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된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데다 고용 둔화와 낮은 물가 상승률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여전히 한국 경제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 올해 성장률 전망치 3% 유지···“세계 경제 성장률 지속”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경제전망(수정)’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8년 중 3.0%, 2019년 2.9%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1월에 전망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같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됐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이 글로벌 성장세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상품수출이 세계교역 회복세 지속 등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서비스수출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 등으로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와 설비투자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소비가 모두 증가하고 해외여행 확대 등으로 국외소비도 늘어나면서 완만한 개선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상반기에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특히 반도체 업종 설비투자는 기저 효과가 있겠지만 높은 수준의 투자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 1월 전망치와 같은 2.7%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올해 전망치를 지난 1월 2.5%에서 2.9%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 고용둔화·미중 무역전쟁 우려 등 불확실성도 커져

반대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경제 지표도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올해 1월 전망(30만명)보다 4만명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올해 취업자 수가 32만명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환석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이 예상에 못 미치는 점, 또 1~2월 한파 영향으로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부진했다. 사드 관련 영향이 줄어들어서 3월 이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고용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한다”며 “이를 반영해 상반기와 연간 숫자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물가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행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1월(1.7%)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3번 연속 전망치가 하향 수정됐다.

그동안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았던 점이 이 같은 결정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1.8%를 기록한 이후 11월 1.3%, 12월 1.5%, 올해 1월 1%, 2월 1.4%, 3월 1.3%로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 수준인 2%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이 중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관련 기자 설명회에서 “1분기 국내물가 상승률이 축산물 가격의 하락, 석유류 가격의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낮아졌다”며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고 물가상승속도가 빠르지 않겠지만 앞으로 차차 내수 회복 등의 영향을 받아서 상승률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한국 경제에 유·무형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갈등은 국내 수출 자체뿐만 아니라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 산업의 수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최근 두 나라가 갈등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1.50%)를 동결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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