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임 직후 국내 관람료 인상, 시민단체는 SNS 항의 행동 나서…해외 실적 상승세지만 국내서 받쳐줘야, 결과 주목

서정 CJ CGV 대표이사. 서 대표는 3월 28일 이사회에서 3년 임기 대표이사로 재선임 돼 2021년까지 CGV를 이끌게 됐다. / 사진=CJ CGV

CJ CGV가 예고대로 11일부터 국내 영화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다. 2012년부터 CGV를 이끌고 있는 서정 대표가 이사회(3월28일)에서 3년 임기 대표이사로 재선임 된 직후 나온 카드다. 주중 오후 4시부터 10시 사이 9000원이었던 CGV 스탠다드 좌석은 1만원으로 올랐다. 업계 1위가 치고나간 터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까지 인상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CGV가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여론의 화살은 CGV를 겨누고 있다. 관람료는 CGV에 늘 예민한 이슈다. 2년 전 CGV가 처음으로 ‘가격 다양화’ 카드를 꺼내들 때도 여론추이는 좋지 않았다. 소송전 등 CGV와 수년 째 각을 세우고 있는 참여연대는 11일부터 15일까지 이번 인상에 반대하는 SNS항의행동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CGV에는 “가격 인상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 대표로서는 장수 CEO(최고경영자) 대열에 들어서자마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주가가 급등했다. 12일 CGV 주가는 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주전(6만4000원대)과 비교하면 도드라진 상승세다. 투자자 등 시장에서는 서 대표의 선택에 적극 호응한다는 뜻일까? 꼭 그렇다고 평하기만도 어렵다.

지난해 4월에도 CGV 주가는 한 달 남짓 만에 1만원이나 급등한 바 있다. 같은 달 24일에는 거래가가 8만6300원까지 뛰어올라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4월말부터 주가가 상승곡선을 타더니 5월 중순에 정점을 찍었다. 열쇳말은 ‘마블’이다. 보통 4월말과 5월 초 사이에는 마블 스튜디오가 대작을 내놓는다. 올해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25일에 개봉하다. 마블도 벌써부터 국내서 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어 주가 흐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물론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인상 발표 직후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CGV 영업익 추정치를 기존보다 10% 가까이 올렸다. 대신증권은 인상 덕에 올해 국내 영업익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당장 어벤져스가 기대치만큼의 성적(1000만 관객)을 내면 인상에 따른 혜택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올 한해 국내 관람객 규모가 평년 수준, 그러니까 2억2000만명 이상은 유지할 거라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추정이다. CGV 관계자가 이번 인상의 근거로 “임차료‧관리비‧시설투자 등 고정비용 상승”을 꼽으면서도 “영화만 잘되면 고정비용부담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3~4차례의 티켓 상승 시기에 볼거리가 없어서 실적과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CJ CGV 영화관람료가 11일부터 1000원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CGV에 내걸린 가격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가격을 올리기 전 마지막 회계분기인 올해 1분기 예상 성적표에서도 국내사업의 체력약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증권가에서는 CGV의 1분기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180억원에서 많게는 25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소 20%에서 최대 70%나 오른 수치다. 하지만 정작 국내 사업부는 역성장 할 전망이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사업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 인건비도 증가하고 있어 영업이익성장률은 더욱 더딜 것”이라며 “중국 실적 호조가 국내 실적 부진으로 가려지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CGV의 국내 관객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관객 수에 추월당했다. CGV를 포함해 국내 3대 극장사업자의 사이트 당 매출액과 수익성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배급사 NEW까지 멀티플렉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CGV가 여론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인상안을 꺼내든 건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기가 관건일 뿐, 올해 CGV가 국내 관람료 인상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지난해부터 업계 안팎에서 공유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3년 이전에는 극장 시장 성장률의 75.5%가 연간 관람객수에서 나왔다. (하지만 관람객수 정체가 시작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은 티켓 가격이 전체 성장률의 74.6%를 책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한 중견급 영화제작사 관계자도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관객은 그대로인데 제작편수는 늘고 있고, 상영기회 얻기는 더 어려워진 현실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 아예 해외에 ‘올인’하면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국내사업은 CGV의 상영관 및 스크린 수 비중에서 32%(지난해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사업 성장세가 돋보이지만 매출 비중은 아직 50% 이하다. 미래 먹거리 CJ포디플렉스는 투자 단계라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과 부채가 각각 -18억원, 493억원이다. 국내사업이 한동안은 뒷받침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CGV 관계자는 “해외 사업도 국내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와) 시너지를 내야 한다. 좌석이나 화면, 사운드 등 국내와 해외서 (함께) 투자를 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총 9년간 CGV를 이끌게 되는 서 대표에게 국내사업이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인 셈이다. ‘불’ 같은 여론 반발에도 관람료를 올린 결과가 어떤 ‘실리’로 돌아올 지는 이제 박스오피스가 응답해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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