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과정서 운명 바뀌는 사례 많아…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와의 소통

최근 게임관련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갓겜’과 ‘망겜’이다. 갓겜은 God(신)과 Game(게임)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최고의 게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망겜은 망한 게임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망한 게임을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게임들이 유저들의 판단 기준에 따라, 갓겜과 망겜으로 나뉘고 있다. 사실 모든 게임이 처음부터 갓겜과 망겜으로 불린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갓겜 소리를 듣다가 잘못된 업데이트 방향으로 인해 망겜으로 소리를 듣게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반대로 망겜 소리를 듣다가 유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갓겜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다.

펄어비스가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은 최근 큰 곤욕을 치뤘다. 기존 강화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업데이트를 예고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기존 강화가 확률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업데이트는 과금을 통한 확정 강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에 각 유저들의 전투력을 다른 유저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큰 비판에 직면했다.

유저들이 엄청나게 반발했고, 게임을 그만두겠다는 유저들이 속출했다. 결국 펄어비스는 기존 업데이트에서 과금 요소를 어느정도 제외한 개선안과 함께 전투력 공개 방안도 철회했다. 이와 관련해 검은사막 메인 PD는 홈페이지에 사과문까지 올렸다.

검은사막은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최대한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며,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아온 게임이다. 그러나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유저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한번 나빠진 여론은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업데이트가 어느정도 개선됐지만, 다시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거 ‘판타지 라이프’를 슬로건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참신하다는 호평을 받았던 넥슨의 ‘마비노기’도 잘못된 업데이트가 게임을 망친 대표적인 사례다. 마비노기는 출시 초반 유저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했다. 다른 게임처럼 ‘전사’, ‘마법사’와 같은 직업도 없었으며, 유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성있는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세공’ 시스템과 각종 확률형 아이템을 캐시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게임 내에서 노력해 아이템을 얻는 것보다, 현금을 투자해 캐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것이 캐릭터 성장면에서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종의 직업까지 생겨, 여타 온라인게임과의 차이점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게임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크게 개발 단계와 라이브 서비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대다수 온라인 게임은 개발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집중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큰 틀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유저들은 출시 초기 정해진 게임의 성격을 보고 게임을 접하게 된다.

문제는 개발팀이 떠난 후 라이브 서비스팀이 게임을 이끌게 되면서 부터다. 보통 온라인게임은 1년에 한번씩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사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된다.

일부 업데이트는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임사와 유저들간의 소통이다.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는 게임사들의 경우, 잘못된 업데이트를 빠르게 수정하고, 유저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반면 유저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는 게임사들의 경우, 유저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업데이트를 강행한다. 결국 유저들은 떠나게 되고, 이를 만회하고자 높은 과금이 필요한 업데이트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국 갓겜과 망겜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저들과의 소통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게임을 잘 만들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게임은 하나의 가상 세계다. 실제 세계에서는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뜻을 대변하거나, 각종 청원을 통해 국민들이 직접 정부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이러한 창구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건의사항 게시판이나,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전달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의견에 한층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간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장수 게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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