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불가역적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접점 있어”…관건은 CVID와 CVIG 해법 찾기

11일 외교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방식이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니라며 타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디자인=조현경 시사저널e 디자이너

외교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접근 방식이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니라며 타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빠른 시일 내 비핵화 완료인 만큼 이것이 가능할 경우 비핵화 과정에서 단계적 대북 보상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표명한 비핵화 방식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다.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협상과 보상을 주고받기 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이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계단성·동보적 조치를 취하면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한 대학 강연에서 북한과의 협상이 이미 8번이나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외교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방식이 모순된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원칙과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은 비핵화가 몇 단계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거처럼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단기간에 북핵 폐기가 완료될 수 있다면 미국은 이 과정에서 북한이 밝힌 ‘행동 대 행동’의 보상 조치도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할 경우 과거처럼 비핵화 협상이 길어져 지리멸렬하게 끝나는 것을 우려 한다”며 “미국은 빠른 시일 내 비핵화를 하는 것이 입장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 과정이 현실적으로 단계별 절차가 불가피하다면 완료 시기를 못 박아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의 관건은 양국이 서로 원하는 것을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도 북한이 말한 비핵화의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임기 안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과시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며 “관건은 미국이 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안전 보장)의 해결 여부다. 이를 트럼프 임기 내 할 수 있는지도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가 이른 시일 내 비핵화를 합의해도 미국이 북한에 해줄 수 있는 보상의 범위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정성장 실장은 “조기 비핵화 완료가 가능한 경우 미국은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북한에 안보, 경제 등 다방면 보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적 보상 조치는 체제보장과 비핵화라는 안보 대 안보 교환이다. 안보 대 경제 교환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비핵화 합의안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정성장 실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시한과 관련해 남북이 잠정적으로 합의를 봐야한다”며 “이 잠정 합의 내용을 미국에 넘기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여유를 갖고 북미회담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은 남북정상회담 전 미국과 사전에 긴밀한 조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현욱 교수는 “한국은 북미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 비핵화 방식이 일괄타결이든 단계별이든 조율해서 비핵화의 큰 틀이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으로 나와야한다”며 “이 합의문을 바탕으로 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점이 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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