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노사 자구안 현실성 검토한 뒤 회생 여부 결정 예정…전문가 “STX 구조조정 견디면 사업 전망 좋다”

 

STX조선해양. / 사진=연합뉴스

STX조선해양이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를 이어가며 회생의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다. 노사는 이날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해 확약서를 KDB산업은행 등 주 채권단에 제출했다. 산은은 법정관리까지 다소 여유 시간이 있는 만큼, 노사가 제출한 자구안이 현실성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STX 노사는 10일 오후 5시 55분께 노사 자구안에 대한 확약서를 산은에 제출했다. 노사는 제출 시한인 전날 자정을 넘기고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이어간 끝에 잠정적으로 자구안을 도출했다.

 

앞서 정부와 채권단은 STX조선에 전날까지 노사 확약서를 제출하라고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에 대해 한달 내(49) 노사 확약이 없다면 원칙대로(법정관리)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반전에 반전 거듭한 노사 협상

 

STX조선 법정관리 시한이 다가오며 노사 갈등은 극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고강도 자구안을 제시하자, STX조선 노조는 지난 4일 금속노조와 연대해 상경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회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고, 노조는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해왔다. 정부는 그동안 STX조선이 산은 관리 하에 들어선 이후 1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더 이상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전제로만 지원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9일 오후 5시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고정비 40% 감축 등 생산직 인건비 75% 절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노조가 인건비 절감에 극렬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 합의가 불발될 거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법정관리 위기감이 커지자 노조는 막판에 입장을 뒤집었다.

 

이날 자정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해 법정관리를 피했다는 속보가 쏟아졌다.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 규모를 줄이는 대신 무급휴직·임금삭감·상여금 삭감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합의에 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단지 확약서 제출에 대한 잠정 합의를 도출했을 뿐, 실제로 확약서 제출까지 나아간 상황은 아니었다. 노사는 이날 새벽에도 여전히 협상을 진행했다. 노사는 밤을 지새운 협상 끝에 이날 오후 노사 확약서를 작성하고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STX조선에 대한 압박 강도를 그대로 유지했다다만 당장 법정관리에 돌입하기 전까지 노사가 제출한 자구안을 먼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산은에 제출한 확약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급휴직 및 임금삭감을 통한 인건비 절감 방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유력해 산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산은이 노사가 마련한 자구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STX조선은 또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STX, 향후 어디로 나아갈까

 

산은이 노사 자구안을 수용하면 STX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해 극적으로 회생하게 된다. 산은은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 막힌 자금 숨통을 뚫어줄 계획이다. RG는 일종의 보증서로, 조선사가 도산해 배를 건조하지 못할 경우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물어주겠다는 약속과 같다. STX조선과 같이 현금 유동성이 약한 조선사들은 RG 발급이 없이 사업을 꾸리기가 어렵다.

 

반면 산은이 노사 자구안을 거부할 경우, 산은이 지금껏 밝혀왔듯이 STX조선은 성동조선과 같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성동조선은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며 지난달 23일 창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업계에서는 STX조선이 이번 구조조정만 잘 견딘다면 앞으로 사업성이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세계 조선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가 지난 5‘3대 혁신을 통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며 조선산업 재편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선산업 미래가 밝지만 그 이후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향후 사업 전망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업황이 개선됐을 때라며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해양 빅3만 갖고 산업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중견조선사 생태계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볼 수 있는데, 한 쪽 생태계가 무너지면 다른 쪽에 그대로 악영향을 끼쳐 산업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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