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 17.2%로 리뉴얼… 좋은데이·대선·푸른밤도 이미 ‘16도’ 시장 개척

17.2%. 하이트진로가 오는 16일부터 출시하는 리뉴얼된 참이슬 후레쉬의 새로운 알코올 도수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를 리뉴얼하면서 겉면뿐 아니라 도수도 0.6도 낮췄다. 무학도 최근 젊은 층을 겨냥하기 위해 16.9도의 좋은데이1929를 내놨고, 대선주조 역시 지난해부터 저도 소주로 부산에서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다시금 저도주(低度酒)​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1924년 35도로 시작한 국내 소주는 1965년도 30도, 1974년 25도에서 1998년 23도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이후 2006년 19.8도의 참이슬 후레쉬가 20도의 벽을 깼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처럼 소주가 순해지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 성향 변화’다. 저도화 요구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도수가 낮은 술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 등을 따져 깔끔하고 저도화된 주류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가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17.2도가 ‘시대에 맞는 주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준 프리미엄급 소주 참나무통 맑은이슬 역시 16도의 순한 소주다. ‘참통’ 역시 소비자들의 저도주 선호를 반영한 제품이다.

대선주조 역시 저도주를 내놨다. 대선주조가 지난해 1월 출시한 16.9도 소주 ‘대선’은 출시 1년이 된 지난 2월 누적판매량 8000만병을 기록했다. 부산지역 업소 기준 지난 1월 말 시장점유율은 64.8%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인수한 제주소주의 푸른밤 역시 16.9도다. 푸른밤은 지난 2월 출시 4개월만에 300만병이 판매된 바 있다. 업계 2위 롯데주류 처음처럼도 17.5도짜리 소주와 16.8도짜리 ‘처음처럼 순한’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시판 중인 소주 중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제품은 무학의 ‘좋은데이 1929’다. 무학은 지난 1월 젊은 세대를 겨냥해 15.9도의 ‘좋은데이 1929’를 내놨다. 부산 등 경남지역에서 우선 출시한 좋은데이 1929는 지난 2월 서울까지 영업망을 확대했다. 홍대, 건대 등 젊은층이 많이 가는 지역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같은 저도주 바람은 ‘소비자 니즈 반영’ 이외에 다른 이유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도수가 낮아지면 원가가 절감된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소주 업계가 도수를 낮출 때마다 회자됐다. 도수를 낮추면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에탄올)이 덜 들어가 소주 한 병당 제조 원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도수가 낮아지면 사람들이 ‘덜 취해서’ 소주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소식에 “평소만큼 취하려면 더 마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도수와 판매량 간 연관관계는 정비례와 반비례로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도주 판매량이 무조건 늘면 현재 가장 낮은 도수의 소주가 가장 많이 팔려야 맞는 데 그렇지 않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도수가 낮아지면 판매가 소폭 늘 수 있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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