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단종 줄이어, 지난해 판매량 전년比 24%↓…주차·연비 등 이점으로 유럽·일본에선 인기, 국내서는 소비자 외면 탓에 입지 축소 가속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소형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밀리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낮은 수익성 탓에 소형차 투자를 중단하며 시장 위축세는 가속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라는 차급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형차 판매량은 2만4573대로 전년(3만2262대)과 비교해 23.8% 감소했다. 올 1분기(1~3월) 판매량은 3206대로 전년(5417대) 대비 40.8% 줄었다. 2016년 1분기(8470대)보다는 무려 62.1% 급감했다.수익성이 낮은 데다 판매까지 저조하자 국내 완성차 업체는 소형차 신차 출시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기아차의 소형차 프라이드는 지난해 5월 생산이 종료되며 국내서 단종 됐다. 신형 모델은 그나마 수요가 있는 해외에서만 판매된다.현재 국내 완성차업체가 만드는 소형차는 현대차 엑센트, 한국GM 아베오 두 모델만 판매되는 실정이다. 이중 엑센트는 지난달 574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688대)보다 판매대수 114대가 줄었다. 아베오는 지난해 3월 214대 팔렸지만 올 3월엔 고작 36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사실상 현대차가 단독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소형차 시장이 존폐 위기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신형 5세대 엑센트를 국내서 판매하지 않고 시장 호응도가 높은 해외에서만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소형차 수요가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으로 옮겨갔다.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국내 소형차 시장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일각에선 유가상승 기조와 함께 소형차가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소형 SUV들이 연비가 대폭 개선되면서 시장 이점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르노삼성 소형 SUV QM3의 복합연비는 17.3km/ℓ에 달해 기존 중형 세단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반면 소형차는 실질적으로 연비나 주행 성능 측면에서 크게 개선점이 없는 까닭에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소형차는 연비나 성능 측면에서 큰 개선 없이 ‘적당히 만들기’ 식으로 출시되는 편이다. 완성차 업체서 수익성이 큰 준중형 세단, SUV 차종 개발만 주력하는 탓”이라며 “소형차의 경우 차체가 작으면 더 가벼워 연비가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중형차보다 연비가 낮아지는 사례로 적지 않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시장 축소가 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소형차의 이점에 재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소형차는 좁은 도심지역에서 연료 낭비를 줄이고 주차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어 유럽, 일본 등 국가에선 소형차 비중이 높다. 국내선 이런 이점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연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선 경차나 소형차들이 재주목 받을 필요가 있다. 소형차 시장이 무너지면 차종의 다양성도 사라지는 셈”이라며 “정부에서도 소형차의 강점에 주목해 인센티브를 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