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관리형 기관 전환 강조…인사권 등 막강 권력, 비판 목소리도 있어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오늘(7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뚜렷한 업적은 없었지만 건보공단을 보건복지부 유관기관에서 기획관리형 기관으로 전환 시도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능가하는 ‘보건의료계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건보공단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공단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일정이 바쁘겠지만 2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 공단 본부를 방문해줄 수 있겠냐는 반 호소의 연락이었다.  

 

실제 이날 공단 본부에서는 대형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이사장 경영방침 및 2018년 공단 운영방안 발표’였다. 일각에서는 기존 매달 초 진행하던 월례회의를 확대한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용익 이사장이 공단 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한 마디로 “문재인 케어를 잘하자”였다. 최근 의료계가 결사반대하는 문재인 케어는 국민들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지칭한다.

 

김 이사장은 공단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사기를 북돋고 있다. 과거 복지부 유관기관으로서 일방적으로 오더를 받아 위탁집행하는 기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향후에는 정책 대안을 발굴해 복지부와 협의하는 기획관리형 기관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김 이사장의 구상이다. 복지부 밑의 기관이 아니라, 복지부와 어깨를 같이 하는 수평적 위치의 기관이 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관계만 놓고 보면 박 장관과 비교도 안 되는 실세 중 실세다. 참여정부 말기 문 대통령이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일할 때 김 이사장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활동했었다. 

 

19대 의원으로 문 대통령과 같이 국회에 입성한 김 이사장은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공약인 문재인 케어 밑그림을 그리는 등 현 정부 보건의료 실세로 활동해왔다. 누구나 문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으로 예상한 카드였지만 의외로 그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김 이사장은 단순히 공단 최고 책임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의 인맥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은 서울대 의대 직속 후배이며,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역시 서울대 의대 후배다. 김 이사장이 71학번이고, 김 원장은 72학번이니 한 기수 차이가 난다.

 

권력의 바로미터인 인사권 행사에 있어 김 이사장을 능가하는 인물은 보건의료계에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김 이사장이 김선민 심평원 기획상임이사를 사실상 임명했다는 설이 심평원 주위에서 파다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공단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획이사 임명권자는 심평원장”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공단에서 임기 만료로 인선작업을 진행 중인 기획상임이사, 급여상임이사, 장기요양상임이사 등은 김 이사장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복지부가 내정하는 공단 감사를 제외하면 그가 임명권을 확실히 챙겼다는 지적이다.

 

급여이사의 경우 김 이사장 측근 중 극소수만 내정자를 알고 있는 상황이며, 직접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공단 팟캐스트 '건강e쏙쏙' 진행자로 역시 서울대 의대 출신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를 영입한 것도 그다.

 

물론 이같은 김 이사장 파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복지부 유관기관인 공단 이사장으로서 월권 소지가 있으며, 앞으로 박 장관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과거 복지부 관료 출신인 김종대 공단 이사장과 임채민 복지부 장관 사이에는 실제 갈등이 있었다.

 

김 이사장이 지나치게 언론플레이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2일 기자간담회에는 10여명 기자들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취임 100일을 맞아 언론 인터뷰를 조율하느라 공단 홍보실은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취임 후 100일 동안 그가 한 일은 팟캐스트를 만든 것 뿐이라는 극단적 비아냥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단 복지부와 맞먹는 공단 위상 전환을 시도한 것에도 긍정적 점수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그동안 공단과 심평원은 복지부가 오더를 내리면 일정에 맞춰 작성하는 역할만 한다는 볼멘 소리도 많았다. 공식적으로는 유관기관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산하기관이나 아예 하급기관으로 사람 대우도 못 받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원에서 김 이사장이 향후 공단을 복지부와 동등한 수준에서 정책 대안을 만드는 기획관리형 기관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 

 

한 공단 주변 관계자는 “지난 2일 행사에서 김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보였다”며 “최소한 그가 공단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가지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