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전문가 공인 인증 프로그램인 시서론의 창시자, 레이 다니엘스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를 누비며 맥주 전문가를 맥주 정복의 길로 이끌던 그의 이번 목적지는 제주도다.

레이 다니엘스 세계적인 맥주 전문가 공인 인증 프로그램인 시서론의 창립자.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맥주 전문가를 양성해 맥주 전문가들의 아버지로 불린다. 대학에서는 생화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맛 좋은 맥주 디자인하기 align=

지난 1월 25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 맥주 브루어리에서 시서론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본사가 위치한 시카고 외 지역에서 공식 트레이닝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왜 제주 맥주 브루어리였나?

 

아시아의 브루어리들 중 인프라와 맥주 교육에

관한 철학을 모두 갖춘 곳을 찾았다. 제주 맥주는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아시아 양조장 중 처음으로

결연을 맺은 곳이다. 훌륭한 양조 설비를 갖추고

세계적인 브루어가 상주하는 양조장이기도 하다.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앞서 유럽이나 미주 지역이 아닌 한국를 택한 것

역시 의외다.

 

아시아에서 하고 싶었다. 지난 2년간 한국을 비롯해 타이완, 홍콩, 중국, 싱가포르, 일본을 다니며 시서론 인증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많은 맥주 전문가들이 시서론 테스트에 응시했다. 그중에는 인증 프로그램 관련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시아에서 시험 대비 집중 교육을 진행해 잘 준비할 수 있게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6년, 한국에서도 1호 시서론이 탄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서론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시서론을 와인 소믈리에와 연결짓는 이들도 많다.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확실히 다르다. 공인 시서론은 맥주 산업 전반의 과정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품질을 관리하며 맛과 향을 가늠하는 인력이다. 일정한 테스트를 거쳐 공인받은 맥주 전문가인데, 인증 프로그램 단계에 따라 다양한 층위로 나뉜다.

 

시서론에는 서티파이드 비어 서버, 서티파이드 시서론, 어드밴스드 시서론, 마스터 시서론의 4단계가 있다. 각 단계의 인증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맥주 업계의 어떤 부분에 종사하는가?

 

서티파이드 비어 서버를 취득하면 맥주 ‘서비스’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선다. 다음 단계인 서티파이드 시서론은 바의 매니저나 맥주 바이어 자리 등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이다. 이들은 서티파이드 비어 서버를 관리하고, 푸드 페어링을 위한 메뉴를 고안하고 지시하며, 음식에 알맞은 맥주를 선택한다. 또 업장에서 맥주의 품질을 관리하고 드래프트 시스템도 감독한다. 어드밴스드 시서론과 마스터 시서론은 조금 더 세계적인 단계에 오른 맥주 전문가다.

 

최상위 단계인 마스터 시서론은 전 세계에 걸쳐 현재 10여 명뿐인 것으로 안다.

 

서티파이드 비어 서버가 50개국에 걸쳐 9만5천 명 정도인데, 마스터 시서론은 16명이다. 이들은 나처럼 컨설턴트 혹은 교육자로 일한다. 마스터 시서론 테스트는 굉장히 어렵다. 지식과 기술, 테이스팅 실력까지 모든 측면에서 우수해야 한다. 마스터 시서론 테스트에선 각자의 맥주 테이스팅 경험치 역시 중요한 요소다. 공인된 마스터 시서론이라면, 맥주의 풍미에 통달한 테이스팅 기술력을 갖췄다고 봐도 좋다.

 

9만5천 명이라는 서티파이드 비어 서버의 수를 보면, 전 세계 맥주 시장이 시서론과 같은 공인 인증 프로그램을 기다려온 것 같기도 하다.

 

시서론 공인 인증 프로그램은 독립적이다. 테스트를 위해 이행해야 하는 코스가 없다. 그렇기에 맥주 시장에 실제적으로 발을 들이고 일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과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맥주를 잘 알고 즐길 수 있는 기회인 거고. 10년 전까지만 해도 맥주라 하면 우린 모두 라거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IPA도 있고 포터도 있고 사워 비어도 있으니까.

 

1994년에 쓴 책 <맛 좋은 맥주 디자인하기>를 봤다. 자가 양조를 위한 맥아 제법을 수량화, 공식화하고 페일 에일과 마일드 에일 등 14가지 맥주 스타일에 관해서도 파헤쳤더라. 미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지독하고 흥미로운 책이더라. 당신도 참 못 말리는 ‘맥덕’이었던 것 같은데.

 

하하. 맞다. 나는 평생 맥주를 즐겨온 ‘맥주 러버’다. 그 책은 내가 잠시 양조장에서 일하던 시절에 썼다. 지금껏 수많은 레스토랑과 바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맥주를 서비스하는 수준이란 어딜 가든 늘 별로였다. 서버는 맥주의 스타일도, 심지어는 각 맥주의 알코올 도수도 몰랐다. 맛과 향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맥주의 품질 유지를 위한 관리법도 몰랐다. 대체 왜 맥주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서비스하는 걸까? 나는 그게 늘 의문이었다. 이런 생각이 시서론의 바탕이 됐다. 미국에서는 때마침 엄청나게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맥주에 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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