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콘텐츠 성행으로 급부상한 ‘찍덕’과 ‘캠러’…셀럽 향한 애정, 기획사도 모를 리 없어

팬 콘텐츠가 성행하면서 급격하게 부상한 직업군이 하나 있다. 카메라와 캠코더 대여소다. 영상화 시대에 발맞춘 대중적인 장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시리즈의 캠코더와 카메라, 렌즈가 불티나게 대여된다. 네이버 검색창에 ‘소니 캠코더’를 치면 ‘아이돌 직캠용’이 자동완성에 상위 링크될 정도다. 그렇다. 대포여신의 등장이, 팬 실천의 판도를 점차 변형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화려한 라인업 및 무대가 아니었다. 몇몇의 가수들이 등장했을 때의 플로어 석에서 터지던 연사 소리와 망원렌즈들의 향연이었다. 기종도 기종이지만 망원렌즈를 장착한, 겉보기에도 수백만원은 족히 넘을 카메라 수백 개가 가수를 향할 때 깨달았다.​ 저들은 기자도 아니고, 전문적인 영상업자(물론 있을 수도 있으며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분들이 다수다)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셀럽과 아티스트를 사랑해 마지않는, 팬들이었다. 


대포여신이라는 용어는 기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대포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는 뜻에서 비롯된 신조어다. 샤이니 팬덤에서 처음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인터넷 용어 다수가 그러하듯 용어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그들을 여신이라 부르는 이유는 눈으로 담을 수 없는 순간들을 가장 아름답게 발견해내고, 이를 애정을 담아 게시하기 때문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추앙받는 존재인 셈이다.

기자나 사진작가가 담으려 해도 담을 수 없는 순간들을 대포여신이나 찍덕(카메라로 아이돌 혹은 셀럽들을 찍는 덕후들을 지칭한다)들은 찾아낸다. 그들에게 늘 장착돼 있는 ‘덕후렌즈’는 기백씩 하는 카메라와 망원렌즈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것이 애정이다.

문제는 이들이 초상권이나 저작권문제, 공연 방해 등의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키는 매우 모순적인 존재라는데 있다. 요즘 공연장에는 늘 ‘앵콜 이외의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금합니다’부터 시작해 ‘시큐리티’들의 다양한 방해공작들이 있다. 그들은 레이저 포인터로 시야를 방해하는 게 보이면 바로 잡아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하곤 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여신과 찍덕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찍어내는 셀럽들의 사진과 영상을 통해 또 많은 팬들이 유입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획사가 모를 리 없다.

찍덕들과 캠러(캠코더로 동영상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팬들을 지칭한다)들이 공연장에서 스스로의 시야를 포기하면서까지 셀럽을 영상이나 이미지로 아카이빙 하는 이면에는 다양한 욕구가 존재한다. 없으면 내가 만든다는 2차 창작의 욕구, 팬덤의 확장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기만족, 동시에 다른 팬들로부터의 인정욕구 등.

궁극적으로 이 모든 기반에는 ‘자신의 셀럽을 향한 애정’이 있다. 귀신같이 팬들은 알아차린다. 이 사람이 찍어내는 사진과 동영상에 애정이 묻어나는지 아닌지. 그 순간들을, 단순히 1차원적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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