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내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다만 일본 롯데가 가진 지분도 상당하고,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 안정 절차에 변수도 여전히 남아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롯데알미늄(15.3%)에서 신 회장(10.5%)으로 변경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1일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4개사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이 분할 합병함에 따른 것이다.
5% 이상 주주로는 호텔롯데(6.5%), 롯데알미늄(6.4%)이 있으며 롯데장학재단(3.95%), 한국후지필름(3.84%), 일본롯데(3.55%), 신격호 총괄회장(2.95%) 순으로 많은 주식을 보유했다. 이밖에 롯데지주가 자기주식으로 18.9%를, 기타주주는 43.3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주요 자회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이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투자사업 부문이 각각 롯데제과에 흡수합병됐고, 롯데제과는 회사명이 롯데지주로 변경됐다. 롯데지주는 또 롯데카드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지알에스의 주식도 가장 많이 보유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를 받는 호텔롯데 대신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재편함으로써 한국 롯데에 대한 장악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본 롯데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의 최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99%에 달하는 일본계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호텔롯데와 일본롯데, 롯데알미늄, 한국후지필름이 롯데지주의 보통주 상당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이 지분을 합하면 총 20.2%로 신 회장의 지분을 넘어선다.
롯데알미늄은 일본 롯데 투자 계열사인 L1~L12, 광윤사, 호텔롯데, 롯데케미칼이 각각 34.92%, 22.84%, 25.04%, 13.19%를 가지고 있고, 한국후지필름은 호텔롯데가 최대주주인 롯데상사가 56.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의 합병에 성공해야만 제대로 된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룹을 먹여 살리는 핵심 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분 절반 수준을 롯데물산(31.27%)과 호텔롯데(12.68%), 일본롯데(9.3%)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56.99%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지배력을 갖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치명적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계 지분 낮추는 방법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 구속되면서 모든 계획이 정지된 상태다.
또 실형 선고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 이사직을 내려놓아 영향력이 낮아지면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영진들의 영향력 확대는 한국 롯데에 대한 일본 롯데의 경영 간섭을 부를 수 있다.
어렵게 우위를 점한 ‘형제의 난’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오는 6월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임시주총 등을 통해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이미 준법경영 위반으로 2014년~2015년 일본 롯데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해임됐고, 신뢰를 상실한 상태라는 점은 복귀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