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살롱 드 더 K9’ 개관…사전예약제, 1대1 도슨트 응대 등 ‘프리미엄 브랜드’ 고객 체험에 집중

5일 서울시 강남구 살롱 드 더 K9 1층 전경. / 사진=윤시지 기자

국산 대형세단에 대한 편견이 있다. 주요 소비층이 50대 이상, 운전기사를 대동하는 쇼퍼드리븐카(핸들은 운전기사에게 맡기고 오너는 뒷자석에 앉는 차)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사장님차’를 넘어 ‘꼰대카’라고 속칭되곤 했다. 대형 세단 특유의 크고 묵직한 차체도 고루한 이미지에 한 몫 더했다.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온 ‘더 K9​은 이런 대형 세단의 오명을 벗고자 한다. 올해 기아차는 더 K9을 앞세워 고급 세단 시장에서 발을 넓혀갈 계획이다. 신형 K9은 기아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야심작이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개관한 ‘살롱 드 더 K9​에는 이런 기아차의 포부가 한껏 담겼다.


사실 이미 과열된 고급 세단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 번 더 내세우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5일 삼성역 2번 출구에서 전시관까지 800m가량을 걷는 동안 자동차 전시장만 열 곳 가까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 브랜드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한다. ‘뭐가 다른 거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직접 방문한 살롱 드 더K9은 이런 의심을 기분좋게 무너뜨렸다. 전시관은 약 170평 규모에 2층으로 구성됐다. 블랙 위주의 모노톤 컬러에 금속 재질의 인테리어가 단정하고 우아하다.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2층에선 아랫층에 전시된 차량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구조다.

이곳 전시관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예약을 한 고객이 입구에 들어서면 도슨트가 일대일로 차량 소개와 설명을 시작하는 식이다.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뿐 아니라 구형 K9과 비교해 달라진 점, K9의 역사 등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 들을 수 있다.

전시관에 놓인 더K9 7대는 딥 크로마 블루, 레이크 스톤 등 평소에 보지 못한 외장 색상을 뽐냈다. 소수 차량만 전시돼 고객이 원하는 색상의 차량을 바로 보기 어려웠던 기존 전시장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이 전시관 측 설명이다.

더K9의 전면엔 구형 모델의 중후함은 유지하면서 전면 그릴을 수정하는 등 다이나믹한 외장 디자인이 추가됐다. 후면은 짧아져 속도감을 더했다. ‘사장님차’의 고루한 이미지는 사라졌다.

내부 디자인도 변신을 꾀했다. 직접 타본 더K9은 ‘비싼 차’라기보다 ‘편한 차’라는 느낌이 강했다. 내장재 곳곳에 섞인 원목 소재의 우드가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또 뒷좌석까지 다양한 컬러의 무드등이 탑재돼 세련됨을 더했다. 야간에 주행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K9은 차주가 직접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주행성능을 크게 개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아차는 더K9을 ‘오너드리븐카(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로 부각시켰다.

이날 전시관 관계자는 “대형 세단은 주로 운전기사를 대동한 회장님이 뒷좌석에 앉는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이번 신형 모델은 직접 차를 운전하고 싶어하는 오너를 위해 주행성능을 월등히 높였다. 높은 정숙성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2층은 자동차 체험을 넘어 브랜드 체험을 강화하기 위한 라운지 공간으로 꾸며졌다. 우드, 가죽 등 실제 차량에 적용된 모든 내장재를 전시해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확인할 수 있다. 청음실에서는 THE K9에 탑재된 렉시콘의 프리미엄 사운드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는 더 K9 콜렉션 제품도 진열했다.


살롱 드 더 K9 2층. 더 K9 콜렉션 제품과 내장재 가죽이 전시돼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20분간 투어 동안 다른 전시관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살롱 드 더K9는 철저히 고객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는 점이다. 이곳 전시관에서 현재 차량 구매는 불가능하다. 오로지 고객의 브랜드 체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더 K9 전시관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더 K9의 내수 판매 목표를 올해 1만5000대, 내년 2만 대로 잡았다. 열흘간 실시된 사전계약에선 2000대가 예약됐다. 지난해 제네시스 G80 판매량이 4만대 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적은 목표치이나 대형 세단 시장에서 천천히, 하지만 굳건히 시장에서 자리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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