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메신저 역할에서 이제는 실제 업무처리까지

롯데카드 AI 챗봇 '로카' 이미지 / 사진=롯데카드
카드업계가 최근 ‘챗봇’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 단순 메신저 역할을 했던 챗봇은 이제 카드 발급 등 실제 상담원 역할에 점점 더 가까워져 가고 있다. 카드사들은 챗봇 도입을 통해, 편의성 증대 및 비용절감 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한 카드사들이 챗봇 도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챗봇은 메신저 등을 통해 채팅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사람과 대화하며 답을 주는 대화형 메신저를 의미한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2일 AI 챗봇(Chatbot) 서비스 ‘로카’를 홈페이지 및 앱, 카카오톡을 통해 선보였다.

로카는 기존 챗봇에서 한층 진화해 실제 대고객 업무처리가 가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카드이용내역조회, 즉시결제, 개인정보변경, 분실신고 및 재발급, 카드 및 금융서비스 신청 등 주요 카드업무를 로카와의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챗봇의 경우, 카드 정보 안내는 가능했지만 카드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별도로 발급 신청을 해야만 했다. 반면 로카는 실제 상담원과 대화하듯 카드 발급에 필요한 질문을 주고 받으면 신청 절차가 완료된다.

롯데카드는 이러한 고객 맞춤형 챗봇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수십만 건의 고객 상담 정보와 결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로카는 스스로 학습 가능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상담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계속 진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박두환 롯데카드 마케팅본부장은 “디지털·모바일 시대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는 카드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휴일이나 심야시간 등 24시간 응대가 가능한 챗봇 서비스는 디지털 카드사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서비스로, 고객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역시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모바일 챗봇 서비스 ‘신한카드 톡톡’을 출시한 바 있다. 신한카드 톡톡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네이버 메신저 서비스 등에서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고객 맞춤형 카드 추천부터 모바일 앱 ‘신한 판’ 가입과 세부 서비스 안내, 700여종의 문답을 제공한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카드가 AI 챗봇 서비스 ‘버디(Buddy)'를 출시했다. 버디는 IBM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표현 속에 숨겨진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카드 혜택, 맞춤카드 추천, 금융 서비스를 비롯해 날씨 정보까지 제공한다.

이 밖에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도 챗봇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각 계열사별 니즈에 맞춰 챗봇의 학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의 챗봇 도입은 편의성 증대와 더불어 비용절감을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챗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상담 인력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BC) 등 8개 전업 카드사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1조8132억원) 대비 32.3%(5864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챗봇 도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챗봇과 관련해,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도입 초창기인 만큼, 대화의 수준이나, 문제 해결능력 등에 있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스마트폰이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중장년층 입장에서는 새로 도입된 챗봇이 불편하게 다가올 가능성도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챗봇 도입과 관련해 아직은 ‘신기하다’는 수준의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실질적인 업무에 쓰이기까지는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AI 기술이 더 발전되면, 기존 상담원들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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