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복귀로 M&A 및 투자 결정 수월…AI 분야 집중할 듯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이 146조원을 돌파했다. 여유자금과 확대와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가 어떤 대형투자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은 지난해 146조9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124조8000억원, 2016년 141조4000억원에서 계속해 증가한 수치다.

현금성 자산도 30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2조1000억원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엄청난 수준이다. 업계는 올해 현금성 자산이 100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이밖에 단기금융상품이 49조4000억원, 단기매도가능 금융자산이 3조10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상당한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심사는 삼성전자의 투자 방향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오너경영인의 공백이라는 이유로 초대형 인수합병(M&A)에 주저하는 모양새였다. 각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사장단이 있었지만, 모든 계열사를 통할하고 시너지를 높이는 대형 M&A 결정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초대형 빅딜은 2016년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8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그쳤다. 이 부회장의 공백 전 매년 평균 4~5건의 유망 기업들을 인수한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옥중경영과 달리 빠른 의사결정으로 글로벌 M&A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 부회장도 국내보단 글로벌 행보에 집중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M&A 분야로는 미래 기술로 지목되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사업 등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는 IT·전자업계가 AI와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이 분야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부회장은 꾸준히 IT 기술과 신성장 동력에 대한 관심을 보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M&A가 아닌 직접적인 투자에도 실탄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 몬트리올에 AI연구센터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영국과 러시아에도 AI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해외비지니스 네트워크를 전담했다”면서 “구속수감 이후 끊어진 네트워크를 회복하는 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고, 최근 해외 출장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 신호탄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삼성은 반도체 및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프로덕트 메이커’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플랫폼 메이커’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AI 분야에 투자하는 이유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으며, 인수합병도 AI 관련 회사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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