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열풍·e스포츠 확산시킨 주역…경쟁작 등장·경기조작 사건 등으로 이미지 퇴색 아쉬워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미지. / 사진=블리자드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스타)’가 올해로 출시 20주년을 맞았다. 스타는 한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작품이다. 출시 직후 전국에 PC방 창업 열풍을 불러 일으켰으며, 스타 경기를 방송하면서 시작된 e스포츠는 이제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다만 강력한 경쟁작들의 등장과 경기 조작 등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현재는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스타는 블리자드사가 만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이다. 1998년 출시된 스타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등 세 종족을 배경으로, 정교한 전략성, 빠른 속도감, 종족 간 균형 잡힌 밸런스 등으로 전 세계 유저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아울러 같은해 출시된 확장팩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 역시 기존 흥행을 이어가며, 스타를 국민 게임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게 된다.

스타는 테란, 프로토스, 저그 등 완벽히 다른 세 종족이 등장한다. 테란은 인간을 모델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전투보병, 탱크 등이 등장하는 종족이다. 반면 프로토스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외계종족이, 저그에는 흉측한 모습의 괴물들이 등장한다. 이들 세 종족은 외형만큼이나 플레이스타일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저그가 물량공세로 적들을 압박하는 방식이라면, 프로토스는 소수정예 유닛과 강력한 마법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스타는 한국에 이른바 게임 광풍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실직자들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알아보고 있던 상황이었다. 대다수 실직자들은 때마침 찾아온 게임 광풍에 편승해 전국 곳곳에 PC방을 창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은 게임 강국의 면모를 다져가기 시작한다.

스타가 출시된 직후부터 계속 게임을 즐겨왔다는 직장인 이모씨는 “당시 PC방을 가면 열에 아홉은 스타를 하고 있었다”며 “학교 끝나고 PC방에 모여서 스타를 하는 것이 당시 학생들의 일반적인 일과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다양한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전국적으로 광풍을 일으킨 게임은 사실상 스타가 유일하다. 지금도 출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PC방 점유율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직장인 김수정(27·가명)씨는 “스타는 어린 시절 하나의 추억”이라며 “지금도 스타를 플레이하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 황금밸런스, 전략과 피지컬을 동반하는 게임성, 게임BGM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스타는 국내 e스포츠 발전에도 지대한 공을 세웠다. e스포츠란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타 영상 장비 등을 이용해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를 의미한다. 마치 축구 경기나 농구 경기를 관전하듯, 시청자들은 TV나 컴퓨터를 통해 e스포츠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흔히들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이라 부른다. 스타가 큰 인기를 끌자, 방송국들은 게임전문채널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온게임넷(현 OGN) 등이 당시 생겨났다. 이때부터 지역단위로 개최되던 스타 대회가 전국 규모로 커지면서 TV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때 ‘프로게이머’라는 신종 직업도 등장했다. 방송사와 기업들도 앞다퉈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 대회들이 바로 현재 e스포츠의 시초가 됐다. 지난 2004년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열린 결승전에는 10만명의 팬이 모여 전 세계를 유저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런칭 행사 모습. / 사진=블리자드

당시 프로게이머의 인기는 지금의 인기 연예인 못지 않았다. ‘임요환’, ‘홍진호’, ‘이윤열’, ‘강민’ 등 여러 인기 스타들이 탄생했다. 프로게이머들의 활약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게임은 달라졌지만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다양한 게임에서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게임의 경우, ‘한국인 선수’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에 갈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역시 스타를 기반으로 한 프로게이머 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타의 인기도 경기조작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스타 경기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e스포츠업계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당시 최고 인기를 구사하고 있던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주도적으로 승부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실망은 극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e스포츠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축구·야구와 같은 정통 스포츠 반열에 오르길 기대했던 e스포츠의 바람은 이 사건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아울러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이 몸 담았던 다수의 프로팀들이 해체되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다. 특히 e스포츠 인기에 힘입어 창단된 공군 프로팀마저 해체되면서, e스포츠 선수들의 병멱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던 유일한 희망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스타크래프트2’ 출시로 인한 협회와 블리자드간의 중계권 갈등도 스타 프로리그를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부터는 스타1과 스타2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리그가 진행됐으며 2012년부터는 스타2로 종목이 전환됐다.

그러나 스타2로 바뀌면서 팬들의 관심은 점점 스타 프로리그에서 멀어져만 갔다. 기존 스타와는 확연히 바뀐 게임에 다수의 팬들이 떠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2012년부터 ‘리그오브레전드(LOL)가’ 본격적으로 e스포츠 시장에 진출하면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온통 LOL에 집중됐다.

결국 지난 2016년 한국e스포츠협회는 2003년 3월을 시작으로 2016시즌까지 14년 동안 지속됐던 팀 단위 e스포츠 리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블리자드는 지난해 8월 15일 한국 광복절에 맞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했다. 리마스터는 기존 스타의 그래픽과 해상도를 최신 환경에 맞게 개선하면서도 플레이 환경은 그대로 유지한 신작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에는 스타2의 일부 캠페인과 멀티 플레이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시들어진 스타의 인기를 되살리려는 블리자드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 등 강력한 경쟁작들의 등장으로 인해, 과거의 인기는 아직 회복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타는 이미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게임은 사실상 스타가 유일하다. 향후 블리자드가 스타 IP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 지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