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높이고 초기 비용부담 적어…표준화 등 제도적 개선 요구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SIMTOS 2018이 개최됐다. 두산로보틱스 부스에서 작업자가 협동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사람과 함께 자동차를 제조하는 협동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실적 개선을 위해 자동차 부품생산 업체들은 첨단 협동로봇을 도입해 인건비 대비 생산성 늘리기에 나섰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협동로봇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업계 발전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요구된다.

최근 자동차 부품산업이 휘청이며 협동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매출 감소는 자동차 부품산업의 실적 부진으로 직결됐다. 4일 한국신용평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11개 부품업체의 수익성이 하락했다. 이들 업체의 합산 매출은 2016년 3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1조원으로 줄었다.

일부 업체들은 협동로봇을 도입해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다. 생산성을 향상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이 가능한 로봇을 말한다. 협동로봇은 관절이 많아 부드럽고 세밀한 작업이 용이하다. 관절마다 부착된 센서는 사람과의 충돌을 감지하면 동작을 멈춘다. 산업용 로봇보다 위험도가 낮아 별도의 안전용 펜스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설치 비용도 저렴하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설치 시 공장 레이아웃을 리모델링 할 필요가 없다.

 

협동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7월부터 협동로봇을 제조해 출시했다. 4일 국내 최대 생산제조기술 전시회 심토스2018에 참가한 한화테크윈은 자동차 부품 제조에 특화된 HCR-3, HCR-5, HCR-12을 선보였다. 2kg이 넘는 무거운 차체 부품을 협동로봇이 대신 들거나 운반해 근로자의 동선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업무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4일 SIMTOS 2018 한화테크윈 부스에 협동로봇이 전시돼 있다. / 사진=윤시지 기자
지난 2015년부터 협동로봇을 개발해 온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협동로봇 시장에서 발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협동로봇 모델을 첫 선보인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하반기 국내에 이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날 전시회에 참가한 두산로보틱스는 직접 사람과 협동로봇이 함께 자동차를 제조하는 과정을 시연하며 참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오전 11시 30분 두산로보틱스 부스에선 두 명의 사람 시연자와 6대의 협동로봇이 함께 아우디 차량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협동로봇이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면 사람이 세밀한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곳 업체의 협동로봇 4종은 차량 도어 접합부 글로잉부터 번호판 품질 검사까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로봇이 더해지니 작업 과정이 단순하고 빨라졌다.

특히 완성차 협력업체나 부품 수주를 받는 중소업체에게 협동로봇은 큰 이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동로봇을 선보인 관계자들은 주요 고객이 중소업체들이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중소업체는 인건비를 줄이는 자동 공정 시스템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동 공정 시스템의 핵심인 산업용 로봇은 초기 투자비용과 공장 리모델링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협동로봇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공장 리모델링이나 장기간의 직원 훈련이 필요없다.

제조업용 로봇 판매업체 디엠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서 수주를 받는 중소업체들은 여러 가지 하청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협동로봇은 산업용 로봇과 달리 콘센트만 꽂으면 가동이 가능해 한번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중소 제조업체 공정에 특화됐다”며 “산업용 로봇은 작동에 앞서 별도의 코딩이 필요하나 협동로봇은 그럴 필요가 없다. 반나절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협동로봇과 작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동로봇은 고용인원을 직접적으로 줄이지 않고도 공장 전체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2대의 협동로봇을 공장에 도입한 중소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전보다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실제 협동로봇을 도입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생산량이 20~25%가량 증가했다. 고용인원을 줄이지 않아도 생산량이 늘어나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줄어드는 셈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자동차 부품제조에 쓰일 협동로봇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서 판매된 협동로봇은 1500대가량으로 아직 국내 시장 규모는 작은 편이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용 로봇시장은 2020년까지 연 15% 이상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해외 협동로봇 시장에서 60%가량 점유 비중을 차지한 로봇 제조기업 유니버셜 로봇은 매년 높은 성장율을 보이고 있어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선 협동로봇에 대한 제도적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보급화가 늦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GM의 부평공장에 도입된 협동로봇은 국내 규제에 막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업계 성장을 위해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선 협동로봇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돼 있지 않아 기존 산업용 로봇에 적용되던 규제가 그대로 협동로봇에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가동하기 위해선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협동로봇은 펜스 자체가 프로그래밍으로 해결 되기 때문에 그런 규제가 필요 없다”며 “협동로봇의 산업 발전을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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