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금감원장 금융권 소통 부족으로 관치논란 초래…밀어붙이기식 금융개혁으로는 갈등만 키울뿐

김기식 새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후 17일 만이다. 금감원장 공백이 시장의 예상보다 짧았다. 청와대에서 그만큼 김기식 신임 원장을 적임자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최 전 원장의 중도 사퇴로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드라이브가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김 신임 원장의 취임은 청와대의 금융개혁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인사였고, 그랬기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금융권이 김 신임 원장 취임에 긴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부분에 있다. 올 사람이 왔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그 우려 중엔 타당한 목소리도 있다.

최 전 원장의 재임 시절 금감원은 민간 금융지주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관치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연임을 두고 금융당국이 직접 적임자냐 아니냐 노골적으로 의견을 낼 정도였다. 금융권도 직접 목소리를 내며 불만을 표출했다. 당국과 금융회사 사이엔 소통부재로 인한 갈등이 커졌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금융개혁 명분을 내세우며 밀어 부치려는 기세였다. 원칙론이 강했다. 

 

소통에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금감원 조사가 지나치다는 금융권의 반발이 확대됐다. 규제와 관치를 이용해 당국이 힘자랑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졌다. ​금감원의 힘은 막강하다. 감독과 검사권은 물론 일반 기업의 회계 감리 권한도 갖는다. 올해 7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으로 금융회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이런 시비 와중에 전임 최흥식​ 금감원장이 중도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를 실천할 인물로 김 신임 원장이 취임했다. 김 원장의 과거 발언을 보면 그는 원칙론자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로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감원의 역할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고, 영업행위를 감독하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만 했다. 다만 빠진 것이 있다. 금융권과의 소통이 빠졌다. 이 부분이 부족해 지난 최 원장 시절 금감원의 관치 논란을 일어났다. 역할론도 중요하나 소통법도 필요하다. 한 쪽이 중요하다고 다른 쪽을 버릴 순 없다. 금감원의 위치가 중요한 이유다. 

 

그의 과거 발언을 보면 예대마진, 카드수수료, 대부업 금리, 홈쇼핑 보험 판매, 은산분리 완화 등에 부정적이었다. 규제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이 부분에서 소통 없이 원칙만 보겠다고 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금융계가 김 원장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의 과거 기고문을 보면 "왜곡된 관치의 혁파가 금융산업 발전의 과제"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도 관치가 금융 산업 경쟁력을 저하한다고 봤다. 최근 6개월 간 금융권에서 나온 관치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원칙론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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