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전문가들 “계약갱신청구권 연장·환산보증금 폐지 시급”

사진은 지난 1월 22일 맘편히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이 자유한국당에 계약갱신 보장기간 연장, 퇴거보상금 지급 등을 담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즉각 개정을 요구하는 면담을 요청하는 모습. / 사진=이준영 기자

“경기가 어려우면 상인들이 어떻게든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건물주가 나가라 하면 임차 상인의 경제권과 생존권은 그걸로 끝나는 것이다. 그 동안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법적으로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인 5년간 애써 자리를 잡아 놓았는데 나가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국회와 정부가 임차 상인들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아무개(52)씨 이야기다. 박씨는 해당 건물에 2012년 1월 입점했다. 당시 박 씨는 건물주인 학원 측이 10년 이상 이 자리에서 장사가 가능하다는 말을 믿고 카페를 열었다. 그러나 상가 임대 계약갱신 보장기간(5년)이 6개월 남은 상황에서 건물주는 박씨에게 나가라고 했다. 건물주는 카페 자리를 더 이상 상가 용도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박씨는 권리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건물주와 박씨는 현재 법적 소송 중이다.

박씨는 “5년간 터를 일궈 놓은 자리에서 나가기 쉽지 않았다”며 “건물주는 이 카페 자리에 더 이상 상가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초기 인테리어 비용 1억8000만원도 다 잃게 되는 상황이다. 건물주가 이를 한 푼도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회와 정부가 사회적 문제인 임차 상인 보호에 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상인들이 건물에서 쫓겨나 생계를 잃거나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국회에선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7월 21일 대표 발의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법사위 1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계약갱신 보장기간 무제한과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 퇴거보상금 지급 등을 담고 있다.

2일 4월 국회가 열렸으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될 지 미지수다. 그동안 관련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를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회서도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 2월 국회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이 상가건물임대차 보호법 상정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공기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 상인들의 모임) 활동가는 “지난 2월 한국당 당사와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 앞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처리 촉구 시위를 했다. 그렇지만 결국 2월 국회서 처리가 안됐다”며 “4월 국회서 한국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기 활동가는 “환산보증금 기준도 폐지해야 한다”며 “웬만한 서울 시내에서는 대부분 환산보증금 기준인 6억1000만원을 넘는다. 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는 영세상인 뿐 아니라 모든 상인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정부는 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보증금에 월 임대료의 100배를 합산한 금액)기준을 서울 의 경우 4억원 이하에서 6억1000만원 이하로 높였다.

그러나 ‘서울시 2015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남대로, 청담, 압구정동, 명동, 혜화동의 2015년 평균 환산보증금은 7억9738만원으로 나타났다. 실효성이 낮고 일부 영세 자영업자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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