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터시장 빗장 풀리면 드라마업계 최대수혜…관련 기업 주가 오르고 실적전망치도 상향

지난 2016년 2월 22일 오후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 모습. 태양의 후예는 중국 시장서 큰 인기를 누리며 한류를 재점화시켰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 사진=뉴스1

남북관계에 이어 한중관계에도 봄이 올까.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눈길은 이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향한다. 해빙무드에 맞춰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 전망치도 공히 오름세다. 빗장이 풀리면 가장 큰 혜택을 볼 곳이 드라마업계라는 걸 시장도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31일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양 위원은 중국의 단체관광 정상화 등 일련의 사드 관련 이슈에 대해 “중국은 대통령 관심사항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관련 사항은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믿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드 보복 철회 의사를 공개리에 천명한 셈이다.

양 위원 발언의 나비효과는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한한령에 시름하던 엔터테인먼트업계에도 훈풍이 분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서 최대 수출품목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의 경우) 일본서는 수출단가가 예전만 못하고, 동남아서도 화제성에 비해 단가가 높지 않다. 서구권은 아직 문화적 할인율이 커 완성품 수출실적이 미미하다. 결국 캐시카우는 중국”이라고 전했다.

김아영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연구원은 “최근 자체 조사한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콘텐츠 1위가 응답률 50.4%를 얻은 TV드라마였고, 2016년에도 1위였다”면서 “특히 한국 연상 이미지를 물으니 ‘뷰티’가 1위, ‘드라마’가 2위였는데 이는 맞물려있는 현상이다. 중국서도 한류가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드라마가 가진 상품성이 다른 산업과 시너지를 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누구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안다. 2일 코스닥 시장서는 최대어 스튜디오 드래곤 주가가 4.54% 급등세를 보였다. 스튜디오드래곤은 77명의 작가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 드라마 제작사다. 제이콘텐트리 주가도 하루 새 3.18% 올랐다. 두 제작사 다 튼튼한 모회사(CJ E&M, 중앙그룹)를 뒷배삼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공히 드라마 IP(지적재산권) 투자를 늘리고 있어 수출시장서 얻어낼 수익처도 다양한 편이다.

한 방송사 콘텐츠수출 부서 관계자는 “방송사와 제작사 관계가 더 이상 ‘갑을’이 아니다. (한한령 이전에도) 아이치이 같은 중국 OTT가 국내 드라마 제작단계서부터 투자해 판권을 확보한다. 덕분에 제작사가 자본과 중국 내 유통망을 스스로 확보하게 돼 방송사에 밀리지 않게 된 셈”이라면서 “제작사가 좋은 작가도 먼저 계약해버리니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시장이 열릴수록 제작사 위상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한령이 현실 속 변수로 작동하는 사이에 되레 현지 업계 사정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 유리하게 변모했다. 이효진 NH투자증권연구원은 “중국 OTT 업체들의 콘텐츠 예산이 늘어 중국 드라마 판권 시장은 과거보다 그 규모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곧 국내 드라마 판권을 확보하려는 ‘큰손’이 한한령 해제에 맞춰 재차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NH투자증권은 스튜디오 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의 올해 중국 판권 매출을 1개 작품 당 각각 150억원, 100억원 수준으로 관측했다. 

코스닥 시장이 반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넷플릭스까지 드라마 판권 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를 확보해 중국 등 아시아권서 플랫폼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이를 통해 투자유치 규모를 한껏 키울 수 있다. 중국 시장을 연결고리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장민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드라마업계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을 잘 만드는 편인데, 이런 장르가 가진 보편성이 아시아권에서 대중적 몰입을 키운다”면서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미국 정서에 기반해 로맨스를 한국드라마보다는 주변부로 다룬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를 확보하는 데는 이와 같이 아시아권을 노린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국내 업계로 실탄이 들어오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이 넷플릭스와 계약한 드라마의 경우, 제작비의 20% 안팎을 확보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주가 가속화 될 경우 외형과 이익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이콘텐트리도 지난해부터 IP를 확보한 작품을 넷플릭스에 팔고 있다. 이는 곧 손익분기점(BEP)의 완화와 마진(margin)의 증가를 의미한다. 바야흐로 한한령 해빙을 매개 삼아 국내 드라마업계에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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