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과 과거 아쉬움 교차…산책이나 유산소운동도 극복에 도움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본격적 결혼철을 맞아 결혼을 앞두고 우울감을 겪는 사례들이 파악된다. 일명 ‘메리지 블루’로 지칭되는 결혼 전 우울감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 아쉬움이 교차되며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울감 치료에 배우자나 가족, 친구의 지지와 이해가 도움이 된다고 권유한다.   

 

메리지 블루는 일본 작가 유이카와 게이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에서 유래한 용어다. 결혼을 앞둔 남녀들이 겪는 심리적 불안을 의미한다. 실제 결혼을 앞두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의 아쉬움이 교차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결혼이 예정된 배우자가 최선의 선택이냐로 고민하게 된다. 결혼을 준비하는 남은 기간 갑자기 이상형이 나나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과거 교제했다 헤어졌던 이성이 미래 배우자보다 더 났을 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남자의 경우 집 장만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힐 수도 있다. 병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은 아니고, 조금 심한 우울감이나 불안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우울감 원인을 ‘결혼’이라는 한 가지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개인적 원인과 외부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특정 짓기도 쉽지 않다. 대개 지인 사망이나 실직과 같이 자주 경험하기 힘든 순간에 처했을 때, 우울감이나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미국 정신의학자인 Holmes와 Rahe가 평가한 생활사건의 스트레스 정도 순위에서도 결혼은 인생에서 7번째로 큰 스트레스 사건이다. 실직이나 은퇴보다도 더 스트레스 점수가 높다고 평가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울증까지 생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우울감 정도를 느끼다가 상황을 잘 극복하고 넘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거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이 높으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결혼을 앞둔 단순한 우울감인지,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인지를 명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와 대화는 물론 주변 보호자들 이야기를 듣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통상 우울증 척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 기준(DSM-5)이다. 이 기준이 제시하는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일 동안 나타나고, 예전과 기능 차이를 나타내면 우울증으로 분류한다.

 

▲거의 하루 종일 우울증을 보임:주관적 설명(예:슬프거나 공허함)이나 타인에 의한 관찰(예:눈물을 글썽임)에 의해 거의 매일마다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이 보임
▲거의 매일마다 하루 대부분 활동에서 흥미가 현저하게 감소됨이 나타남
▲식이 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 또는 증가가 나타남(예:1개월에 체중의 5% 이상 변화) 또는 거의 매일 식욕 감소 또는 증가가 보임
▲거의 매일 불면 또는 과수면
▲거의 매일 정신운동 초조 또는 지체(단순히 안절부절 못하거나 느려진다는 주관적 느낌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도 관찰이 가능함)
▲거의 매일 피로 또는 에너지 상실
▲거의 매일 단순한 자기 비난이나 아픈데 대한 죄책이 아닌 무가치감 또는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이 보임(망상적일 수도 있음)
▲거의 매일 사고와 집중력 감소, 결정 곤란을 보임(주관적 설명 또는 타인에 의해 관찰됨)
▲죽음에 대한 반복적 생각(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님), 구체적 계획이 없는 반복적 자살 사고 또는 시도나 자살을 자행하려는 구체적 계획 

 

세상에 혼자라고 여기며 소외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보여주는 이해와 따뜻한 지지가 우울감이나 우울증 극복과 치료에 중요하다. 특히, 미래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신뢰와 격려는 결혼을 앞두고 불안감과 우울감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또 단순한 우울감이 아닌 병적 우울증을 앓는 경우에는 자해나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자해행위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해요인 가능성을 점검하고 주변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치료자와 면담 및 심리검사 후 우울증이 진단되고 치료 필요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때도 처방된 정신과적 치료계획을 주변에서 지지하고, 잘 해낼 수 있도록 관찰과 격려를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많이 사용되며, 주로 항우울제를 복용하게 된다. 우울증은 재발이 잦으므로, 충분한 기간 동안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면담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왜곡된 사고를 교정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헌정 고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감을 스스로 극복하려면 자신이 힘들고 괴롭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 도움과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침에 야외 산책을 하거나 주 3회로 하루에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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