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통상대책위원회서 수출량 배분 문제 논의

미국 철강 관세가 일괄 관세부과를 피하는 대신 수출 쿼터 제한으로 결정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간 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철강업체들 사이에서는 쿼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고율의 철강관세가 부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수출을 준비중인 철강 제품 / 사진=뉴스1

미국 철강 관세가 일괄 관세부과를 피하는 대신 수출 쿼터 제한으로 결정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간 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이번 협상을 철강업계 전체로 놓고 보면 예상보다 피해가 적지만 개별 업체로 나눠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부 철강업체들 사이에서는 쿼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고율의 철강관세가 부과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철강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데 환호하는 가운데 후속 작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수입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는 피하게 됐지만 수출 가능한 쿼터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번 철강 관세 협상에서 한미 양국 정부는 올해 대미 철강수출량을 지난해의 74%인 268만톤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당장 25%의 관세가 추가돼 미국 시장내 경쟁력을 잃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다. 문제는 국내 철강사 가운데 어떤 업체가 얼마의 쿼터를 가져갈지 등 세부적인 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는 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율의 관세 부과라는 직접적인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정부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쿼터 배분 문제는 부담이 가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배분 결과에 따라 관세 부과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역시 쿼터 배분에 선뜻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내 철강사들의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은 203만톤 가량으로 쿼터제를 적용할 경우 절반가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일부 철강사들의 형평성 논란에 직면한다.

 

할당량 배분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철강협회가 중심축을 맡을 예정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통상 문제에 대응하는 철강통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여기서 수출량 배분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특정 철강사가 쿼터를 더 가져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철강사의 쿼터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기업별 이해관계가 충돌할 전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현재 쿼터 배분 방식으로 과거 3개년 수출 물량의 평균치 순으로 쿼터를 배분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과거 실적으로 미래의 실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쿼터를 제한할 경우 현재 업계 실적으로 향후 실적도 고정돼버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든 업체들에게 비슷한 물량을 배분할 경우에는 대형사 위주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소규모 업체와 달리 생상 설비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한 상황에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비 가동일수 축소로 고정비 부담이 커져서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통상대책위원회와 관련해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업체들이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체별 배분 문제 외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은 남는다.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는 쿼터제를 오는 5월 1일부터 적용한다는 내용만 포함됐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할지 미국 통관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경우 적용 시점에 따라 쿼터를 미리 소진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철강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부 사황은 오는 4월 중으로 협의하게 되며 한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철강 관세 협상 결과를 감안해 가이드라인을 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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