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북·미 상호 양보 이끌어내 조정해야…남·북·중·미 회담도 필요”

4월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늘었다. 북·중정상회담에 따른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과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개정협상과 북핵 문제 타결 연계 발언도 신경써야 한다. / 사진=연합뉴스, 디자인=조현경 시사저널e 디자이너​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고려해야 하는 변수가 늘었다. 북·중정상회담에 따른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과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문제 개입을 고려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북핵 문제 타결 연계 발언도 신경써야 한다. 외교전문가들은 정부가 북·미 상호 양보를 이끌어내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중 또는 남·북·중·미 회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입장을 표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에서 “남한과 미국이 우리의 노력에 선의로 응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계단성·동보적 조치를 취하면서 평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눠 협상과 보상을 주고받기 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도 북·중정상회담 후 기존에 주장한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협상 병행)을 재차 확인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관련 각국과 함께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 제안과 각국의 유익한 건의를 합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지역 및 세계의 장기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미국이 주장해 온 선 비핵화, 후 보상 조치와 다르다. 이에 미국과 북·중이 북한 비핵화 방식을 두고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인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표명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김정일 시대 방식과 같이 신고, 동결, 검증 과정을 일일이 쪼개 다 협상해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미국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는 과거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경제안보의 동시 보상인 단계적 접근 및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일맥 상통한다. 중국이 줄곧 주장한 단계적 북핵 문제 해법인 쌍궤병행에도 부합되는 조치”라면서 “미국이 처음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부터 강조한다면 북미 회담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리비아 식 핵포기(선 핵포기, 후 보상)의사가 없으면 즉각 북핵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주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며 “향후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동결, 검증, 폐기로 가는 단계마다 한미 양국 모두 대북제재 해제, 한미군사훈련 축소 등 상응 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한 한국 정부의 북·미 간 입장 조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인철 선임연구원은 “한국, 미국, 북한 모두 비핵화에 대한 같은 목적 의식은 확인했다”며 “정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미 모두 조금씩 양보하는 중재 방식을 해야할 것이다. 어느 한 쪽에 경도되면 코리아 패싱 우려가 또 나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재흥 연구위원은 “현재 북·중 모두 CVID식 비핵화 해결이 아닌 시간을 갖고 단계별 행동과 신뢰구축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핵동결을 입구로 시작해 궁극적인 비핵화를 출구로 한다는 2단계 북핵문제 해법구상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논리와 세심한 추진전략이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 변수를 적극 활용해 남·북·중 3자 대화를 통한 남·북·미·중 4자회담 추진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북일, 북러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장기적 로드맵을 모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까지 받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 주 리치필드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주제로 한 대중 연설에서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FTA 개정 협상에 대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그것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문인철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북한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동맹국인 한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역할을 더 많이 하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라며 “정부는 북·미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다. 최대한 북한이 비핵화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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