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여성 뿐 아니라, 가해자 지목 남성도 결과에 따라 내뱉은 말 책임져야

최근 몇 개월동안 매우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나선 여성들이 모두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렇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여성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된다. 그 많은 미투가 다 거짓말 이라고 하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정봉주 전 의원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간 뒤 이렇게 반응했다.


“저는 2011년 12얼 23일 렉싱턴 호텔 룸에서 A씨를 만난 사실이 없습니다. 저는 이 날 A씨만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과도 렉싱턴 호텔 룸에서 만난 일이 없습니다.”


“보도 시기가 의도적으로 계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1차 기사에서는 서어리 기자가 2018년 3월 6일 A씨를 인터뷰를 했다고 하여 마치 그 날 추행사실을 처음 안 것처럼 허위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생략)”


정 전 의원 입장 발표 후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여성 물어뜯기에 나섰다. 피해여성 뿐 아니라 보도를 한 서어리 기자에 대해서도 온갖 말잔치들이 벌어졌다. 특히 정 전 의원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여성과 서어리 기자가 친구사이였음을 밝힌터라 온갖 음모론들이 난무했다. 물론 근거는 없었다. 서어리 기자 뿐 아니라 언론사 프레시안 자체에 대해서도 압박이 들어왔다.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눈엔 이미 이들은 ‘유죄’였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복당 신청을 거부했지만 정 전 의원은 무소속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했다. 그러다 피해 여성 측에서 자신의 카드로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이 드러나자 “기억이 전혀 없는 것도 제 불찰”이라는 말을 남기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다. 서어리 기자와 피해여성에 대한 온갖 의혹들을 제기한 네티즌들은 아무일도 없던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화감독 김기덕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이후 어떻게 반응했나.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육체적 관계를 맺은 것이라고 했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은? 합의된 성관계라고 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생각하지만 고소인들께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고 하신다”고 했다.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폭로자의 폭로와 진실 사이에는 갭(차이)이 있을 수 있고 폭로할 때에는 취지가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것을 헤아리고 접근하는 것이 보다 상식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 외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많은 이들 역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말이 사실일수도 있다. 해명 그대로 모두 다 억울한 입장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다. 만약 본인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폭로 여성과 마찬가지로 내뱉은 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성범죄 행각을 부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상대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는 식으로 대처한 이들은 더욱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어른이고 성인이다.


피해주장 여성이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혐의 부인은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거짓말에 대해 더욱 사회적 엄벌이 가해져야 한다. 거짓 미투는 가해자 지목자의 인격을, 가해자의 거짓말 해명은 미투 여성의 인격을 살인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에선 사회적으로 거짓말 일삼는 이에 대해 좀 심한 말로 ‘인간 말종’ 딱지가 붙는다고 한다.

 

미투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아니면 말고’ 식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미투 2차 피해가 생기면 안된다고 했지만 여전히 미투 관련 기사엔 근거없는 익명 댓글들이 난무한다. 미투 사태를 계기로 우리들이 던지는 말의 무게와 책임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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