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통화긴축 등에 막힌 장세…1분기 실적 따른 업종·종목 차별화 주목해야

상승가도를 달리던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 탓에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향후 시장 전개에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분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는 장세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라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가 차츰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가 좀처럼 상승 움직임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29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2607.1을 기록한 이후 2400~25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 1월 30일 장중 932.01을 기록한 이후 830~900선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이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차익 실현 빌미가 됐고 이달에는 미·중 무역 분쟁 우려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들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미 연준 위원들은 지난 14~15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2차례에서 3차례로 늘렸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놨다는 평을 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역시 확전이냐 대화·협상이냐를 놓고 장기간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분야의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상태고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옛 영광을 되찾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외치고 있어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에 지난해처럼 증시 전체가 강하게 상승하기보단 일정 기간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27일 낸 ‘교보전략 박스권 생존전략’ 보고서에서 “대부분 전략가들은 올해 상반기 중에 주식시장이 가장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런 연간 트렌드는 이제 틀렸다고 봐야 할 것 같다”며 “레벨업된 박스권이 재현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적에 따라 업종별로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상장사의 전체적인 1분기 실적이 견조해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 대세 하락보다는 업종별로 상승과 하락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국내기업 실적 프리뷰’를 통해 실적 추정이 가능한 302개 상장사의 1분기 순이익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51조2000억원, 36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3.4%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적인 상장사 실적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T) 하드웨어와 미디어업종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증권, 건강관리, 건설, 기계 등 업종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높은 순이익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 내다봤다. 반대로 조선, 디스플레이, 운송, 유틸리티, IT 가전, 자동차, 에너지 등 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상황에선 투자하고자 하는 업종이나 종목의 실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국내 상장사의 1분기 실적발표가 내달부터 있을 예정인데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 3분기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적이 증가는 지 등을 분석해 투자에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조정 국면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업종별 실적에 따른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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