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도 한국 악영향"…WSJ “미국,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 요구”

지난 25일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협상을 벌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미국의 철강관세 면제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국제 무역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한국에 무역 관세 등 무역구제를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도 직간접적으로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6일 정부에 따르면 한·미 FTA 개정 협상과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면제 협상이 일괄 타결됐다. 한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해 온 자동차 분야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고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면제됐다. 다만 쿼터 조건이 붙어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은 지난해 74% 수준으로 감소한다. 한국이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의 관심이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 일정 부분 양보했다.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따르면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철폐 시점은 종전 2021년에서 20년 뒤로 미뤄졌다. 한국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의 수입 허용 물량은 제작사별로 연간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했다. 연비·온실가스 관련 국내 적용 중인 현행 기준(2016~2020년)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 미국 등 국제기준 동향을 고려하기로 했다. 미국의 관심 사안이었던 제약 분야에서도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원산지 검증 관련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직간접적 무역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미·중 간 무역 갈등도 한국에 악영향을 미친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따라 앞으로도 한국에 철강관세,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와 같은 무역구제를 직접적으로 행할 수 있다미국 기업이 요구하거나 미국 정부의 판단으로 실시하는 무역구제 조치는 즉각적 효과가 일어나기에 한국 정부의 대응 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한국이 수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물밑 협상으로 중국에게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를 요구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이 반도체 구입처의 일부분을 한국과 일본에서 미국 기업으로 옮기도록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이 일어나면 우리는 그에 대한 피해를 대부분 받는다. 한국은 중국과 교역이 밀접하고 원부자재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같이 미국이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려달라고 하면 결국 한국산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장용준 교수도 “미국과 중국 간 지적재산권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지적재산권 문제가 불거진 제품에 한국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경우 우리의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미, 중의 무역 갈등은 직간접적으로 한국 수출에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대응과 수출다변화 등 장기적 전략을 조언했다.

장용준 교수는 “미국 정부의 무역구제 조치는 효과와 진행이 빠르다”며 “이에 대응할 국제법 전문가를 양성하고 미국 정부 로비 등 관계 맺기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현재 미국과 중국 외에는 무역 갈등 요소가 많지 않다. 미국과 중국 외에 수출 다변화가 시급하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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