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으로 판매 활로 열릴 것” vs “몇 년 전부터 계속 말만 오갔을 뿐”

26일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시장. / 사진=윤시지 기자

“매출은 확 줄었죠. 단골분들만 계속 찾아오세요.”

26일 오전 11시, 장안평 중고차 매매 단지 입구엔 20명가량의 중고차 중개업자들이 목이 칼칼한 먼지 바람을 맞으며 손님을 맞이했다. 머리가 희끗한 50~60대 상인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차 보러 오셨어요?”라며 연신 말을 건다. 큰 소득은 없다. 거리엔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다. 행인들도 대부분 손사레를 치며 발걸음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1979년 문을 연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시장은 자동차 수리·정비 및 중고차 매매의 중심지로 40년 가까이 기능해왔다. ‘중고차 메카’라는 이름과 ‘차잽이(중고차 호객꾼) 천지’라는 상반된 이름을 업고 장안평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지만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중고차 매매가 활성화되면서 침체의 길을 걸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서울시는 장안평 중고차시장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해 2021년까지 현대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고차 매매 단지는 절반으로 줄고 전시장,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 시장은 한껏 뒤처진 모습이다. 3년 전만 해도 중고차 호객꾼들에 대한 소문으로 흉흉했던 곳이나 악명이 무색하게 한껏 풀이 죽은 분위기다. 약 700m 거리에 놓인 2~3층의 저층 건물엔 녹슨 간판만 빼곡하다. 시장 거리엔 중고차를 찾으러 온 손님보다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가 더 많다.

그러나 썰렁한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개업자들은 영업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시장 입구엔 손님을 모객하려고 애쓰는 상인들이 가득했다.

기자가 ‘중고차를 보러 왔다’고 한 업자에게 말을 붙이자 그는 품에서 익숙하게 안내 책자를 꺼내며 전시장으로 안내했다. 매물을 소개하는 그에게서 노련함이 엿보였다. 그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가운데 국산차 티볼리, 트랙스 등 여러 차종을 직접 보여주고 출고가와 연식, 주행거리를 비교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친절한 상인들의 태도에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이다. 또 다른 업자는 기자에게 중고차 주차장에 혼자 들어가서 자유롭게 차를 구경하길 권했다. 티볼리와 같은 국산차는 감가율이 낮으니 차라리 신차를 구매하라는 조언까지 했다.

일부 중개업자는 재개발 사업이 새로운 판매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췄다.

10년 넘게 중고차 중개업에 종사한 김아무개(남·56)씨는 “상가 건물이 워낙 낡았다. 요즘 매장은 대부분 타워형으로 건물을 지어 중고차를 보관하는데 이곳 시장은 야외에 중고차를 보관해 관리가 어려웠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엔 직원들과 하루 종일 차를 닦고 비닐 덮개를 씌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실내 전시장이 지어지면 지금보다 매물을 훨씬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손님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곳 시장을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전략거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노후화된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시설을 지어 상인들의 자활과 젊은 소비층의 유입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다만 일부 상인들은 재개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에서 더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고차 중개업자 한아무개(남·60)씨는 “재개발 얘기가 한 두 번 나온 게 아니다”며 “몇 년 전부터 계속 말만 오갔을 뿐 바뀐 게 없었다. 이번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들은 재개발을 통해 새로운 판매 활로를 여는 것만큼이나 시장이 가진 오랜 역사와 단골을 지키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자동차 부품 수리업자 김아무개씨는 “재개발을 한다고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될지는 모르겠다. 지금 차를 수리하러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10년쯤 된 단골들이다. 시장이 재건축 돼도 그분들이 계속 찾아오길 바랄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시 차원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상인들의 자활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장안평 자동차 종합센터(JAC)는 시장 인근에 위치해 인근 상인들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 및 수출 교육을 진행해왔다.

종합센터 관계자는 “인근 상인들이 충분히 자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운영했던 수출관련 교육에는 인근 상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상인들 스스로도 새로운 사업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은 분명히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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