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기준 미충족 차량 수입 5만대로 확대…일부 환경기준 개정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미FTA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0년간 연장된다. 미국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26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미국은 기존 협정에서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 철폐 기간을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현재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제작사별로 연간 2만5천대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5만대까지 가능해진다.

아울러 양국은 5년 단위로 설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을 유지하고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 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다른 관심사인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 보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협상 전부터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우리 협상단은 이를 막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부는 협상 결과에 대해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우리측 실리를 확보했다”며 “한·미FTA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협상 범위 최소화로 신속히 협상을 타결해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국내 안전·환경 기준의 기본 체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부는 “우리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선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협정문에 반영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아직 문안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개정 협정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분야별로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한 뒤 정식 서명과 국회 비준 동의 요청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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