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투자 성공의 유혹…무리한 블록체인 도입으로 사업본질 희석 경계해야

스타트업계에 ‘리버스(Reverse) 암호화폐공개(ICO)’가 인기다. 서비스 기반을 ‘대충’ 갖춘 발 빠른 스타트업은 리버스 ICO부터 기웃한다. 스타트업은 암호화폐를 팔아 투자금을 충당받고, 암호화폐를 산 투자자는 향후 암호화폐 상장으로 수익을 얻는 효율 높은 거래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투자전문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홍보(IR)로 바쁠 필요도 없으니 달콤하다.

 

리버스 ICO는 BOScoin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블록체인OS의 ICO보다 진일보한 형태다. 블록체인OS가 17시간 만에 1700만달러 투자금을 얻었다고 해도 투자자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ICO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단계에 있는 신생 기업이 진행하는 탓에 투자자는 회사 검증이 어렵고, 그래서 위험하다. 리버스 ICO는 한 걸음 늦고 조금 안전하다.

 

최근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이 진행한 ICO가 대표적인 리버스 ICO다. 텔레그램은 이미 유저와 서비스를 보유했고, 해당 서비스에 ‘조금 안전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텔레그램은 리버스 ICO로 약 9000억원 투자금을 모금했다. 텔레그램을 따라 카카오도 리버스 ICO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를 따라 서비스를 갖춘 스타트업이 집중하는 것도 리버스 ICO다.

 

문제는 스타트업은 텔레그램이 아니고 카카오가 아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텔레그램답거나 카카오답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타트업이 구현한 서비스가,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이 리버스 ICO에 걸맞지 않다는 뜻이다. 리버스 ICO를 위해서는 기존 사업모델에 블록체인 생태계 및 독립적인 암호화폐 경제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스타트업엔 쉽지 않다.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이라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ICO를 위해 서비스를 열 스타트업은 없다. 스타트업은 밤낮없이 공들여 어렵게 서비스를 런칭한다. 공들인 서비스가 돈에 흔들릴 순 없는 일이다. VC업계는 스타트업이 ICO로 얻은 보다 쉬운 투자로 초기 사업구상이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갓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에게 ICO는 성공하면 막대한 투자금을 얻으면서 지분은 희석되지 않는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ICO만을 위해 무리하게 블록체인을 도입해 사업의 본질이 희석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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